[세종로의 아침] 양날의 칼, 중국의 ‘돈폭탄’ 외교/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양날의 칼, 중국의 ‘돈폭탄’ 외교/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입력 2018-11-14 17:20
수정 2018-11-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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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와중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0조 달러(약 4경 5500조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얼마 전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장 개방을 통해 15년간 상품과 서비스 수입이 30조 달러, 10억 달러를 각각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해마다 2조 6700만 달러어치를 수입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수입액은 1조 8420억 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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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시 주석은 9월에도 아프리카 발전을 위해 600억 달러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 중 150억 달러는 무상이고 200억 달러는 무이자와 저리의 우대차관이다. 중국 기업들이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아프리카개발기금 100억 달러와 수입융자기금 50억 달러도 제공한다. 아프리카 재해 구호를 위해 10억 위안(약 1630억원)을 쾌척하고 식량도 무상 원조한다. 그는 7월 중동에도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아랍연맹을 위해 2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16억 달러를 무상 원조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에 약속한 지원액이 90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

중국의 ‘돈폭탄’ 투하는 ‘세계 리딩 국가’라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무역전쟁의 대미항전 우군을 확보한다는 복안이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게 문제다. 중국은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화된 1950~60년 아시아·아프리카에 40억 위안을 쏟아부었다. 28억 위안은 무상이고 12억 위안은 무이자나 우대차관이었다. 1958년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40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어 나가는 판국에도 소련에 지지 않으려고 지원에 앞장섰다. 더군다나 1960년에는 대외원조 전담 부서인 대외경제연락국을 신설하기도 했다(프랑크 디쾨터, ‘마오의 대기근’).

‘혈맹’ 북한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다. 1951~65년 대북 지원액은 6억 1350만 달러다. 4억 5000만 달러가 무상이고 1억 5750만 달러는 유상이다. 일제 36년 피눈물의 대가로 받은 대일청구권자금 5억 달러(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보다 많다. 1958~60년에는 방직 염색과 시멘트, 베어링, 진공관 공장 등 29개 프로젝트 건설도 지원했다(진징이·진창이,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편익비용 분석’).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2강’인 G2로 불렸다. 2011년 경제 규모가 세계 2위 일본을 넘어서자 중국 내에서는 언제쯤 미국을 앞설지 점치며 한껏 들떴다. 하지만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중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미국과의 전면전은 무모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는 앞날을 기대할 수는 있다. 중국이 지난 40년간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중국 내부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더미 등 초미의 현안이 산적해 있고, 대국이 갖춰야 할 ‘국량’도 한참 못 미친다. 적어도 지금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내건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를 견지해 나아가야 할 때다.

khkim@seoul.co.kr
2018-11-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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