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만한 은행권에 금융소비자는 분노한다

[사설] 오만한 은행권에 금융소비자는 분노한다

입력 2012-07-25 00:00
업데이트 2012-07-2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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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탐욕과 오만으로 힘없는 금융소비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던 게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금융 권역별 감독실태’에 따르면 은행들은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가산금리라는 명목으로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이러한 이익 추정에 대해 은행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은행들이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행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5.25%(2008년 8월)에서 3.25%(2011년 6월)까지 인하했으나,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이자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규 연장 대출 때 가산금리를 신설하거나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필요한 기업과 고객의 약점을 악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신한은행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학력 차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신한은행은 2008~2011년 개인 신용대출금리를 매길 때 대출자의 학력에 따라 차등을 뒀다. 고졸 이하 대출자에게는 13점을, 석·박사 출신에게는 54점을 줬다. 이러한 신용평점은 대출 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신한은행이 개인 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 4368명 중 1만 4138명은 학력 탓에 돈을 빌리지 못했다고 한다. 못 배운 것도 서러운데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에도 차별을 받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상고 출신으로 신화를 창조했던 라응찬 전 회장이 키운 곳이기에 더욱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한은행의 어이없는 학력 차별 때문에 대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자도 더 냈던 고객들의 아픔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신한은행 내 고졸 출신 사원들의 자괴감은 얼마나 컸겠는가. 금융당국이 신한은행의 학력차별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는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소비자 보호에는 나몰라라 했으니 소비자들은 누구를 믿고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하루 속히 내놓기 바란다.

2012-07-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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