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사흘 앞두고 이뤄진 이정희 후보 사퇴

[사설] 대선 사흘 앞두고 이뤄진 이정희 후보 사퇴

입력 2012-12-17 00:00
수정 2012-12-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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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대선을 사흘 앞두고 어제 사퇴했다. 이 후보는 사퇴 회견에서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뤄내기 위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로 야권 성향의 표를 총결집시키기 위한 사퇴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제 대선은 지지율 1%를 밑도는 4명의 군소 후보를 제외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의 진정한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여야, 보수와 진보 진영이 총결집한 정면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그가 내놓은 사퇴의 변대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 이 전 후보로서는 야권 및 진보 진영 표를 문 후보에게 몰아줘야 한다는 소명감을 가졌을 법도 하다. 야권 표 결집을 여망하는 지지자들의 기대감도 심적인 압박 요인이 됐을 것이다. 단 한 표가 아쉬운 문 후보로서는 그의 사퇴에 따른 막판 표심의 변화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그의 출마와 사퇴는 이런 판세의 유불리 차원을 떠나 대선 자체를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전 후보의 출마는 그 자체가 무리수였다. 지난 4·11 총선 때 당내 대규모 선거부정으로 진보진영 전체에 큰 상처를 안겨준 정당의 대표라면 마땅히 이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온당했다고 여겨진다. 설령 출마했더라도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결집이 절실했다면 진보정의당 심상정 예비후보처럼 후보 등록 전에 깨끗이 사퇴하는 게 정도였다고 본다. 후보 등록을 통해 선거보조금 27억원을 챙기고 공직선거법의 허점을 비집고 1% 안팎의 지지율로 후보 TV토론에 나가 상식에서 벗어난 쟁투의 모습을 보인 것은 공인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 그의 사퇴를 계기로 선거법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

2012-1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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