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연금개혁 눈치볼 때 아니다

[사설] 軍 연금개혁 눈치볼 때 아니다

입력 2015-01-15 00:18
수정 2015-01-15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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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그제 공개한 ‘2014년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무 연수가 각각 29년, 24년, 16년인 대령, 중령, 소령의 연봉은 각각 9781만원, 8636만원, 6646만원이었다. 장성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웃돌았고, 부사관의 연봉은 근무 연수가 27년과 19년인 원사와 상사가 각각 6975만원과 5525만원이었다. 직업 군인 가운데는 물론 자신의 연봉이 불만인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오지 근무를 마다 않으며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예우로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 국민의 시선이다. 하지만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연봉이 아니라 전역한 뒤 받는 군인연금이다. 퇴역 군인이 지급받는 연금 액수는 현역 시절 연봉과 비례한다. 그런데 연봉은 과거보다 많아졌어도 여전히 군인연금 수입 가운데 본인 기여금 비율은 여전히 턱없이 낮으니 국가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군인연금은 그동안에도 개혁의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군인연금 수급자는 해마다 늘어나 2012년 8만명을 돌파했고 내년이나 후년 사이 9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연금 수급자가 8만 2313명이었던 2013년 기준 군인연금은 2조 2580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아야 했다. 당사자인 군인이 낸 기여금은 4482억원에 그친 반면 국가부담금이 8888억원, 국가보전금이 1조 3692억원으로 늘어났다. 연금 기금의 수입액 기준 수급자 기여금 비율은 16.5%에 불과하고, 국가 부담 비율은 83.3%에 이른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은 수급자 26만명이 2조원의 국고 지원을 받았다. 개혁 논의가 한창인 공무원연금보다 오히려 3배 이상이나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군인연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 방침을 내놓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없었던 일로 돌려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2015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올해 6월과 10월 각각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가 ‘실무자 실수’라는 어이없는 이유를 대며 슬그머니 덮었다. 연금 개혁을 일시에 추진했을 때 예상되는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정치권의 요구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실망스러운 후퇴였다. 군인연금 개혁은 이제 당사자의 눈치를 살피며 미뤄 둘 수 있을 만큼 한가한 단계를 넘어섰다. 정부는 과감하고도 정교한 군인연금 개혁의 시동을 당장 걸어야 한다. 정치권도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2015-01-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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