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불신 키우는 이합집산의 혼돈 총선

[사설] 정치불신 키우는 이합집산의 혼돈 총선

입력 2016-03-20 18:16
업데이트 2016-03-2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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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진영(서울 용산) 의원이 어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앞서 더민주에서 컷오프된 정호준(서울 중·성동을) 의원 등은 국민의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야당 소속으로 적진인 부산에서 내리 3선한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올 초 일찌감치 새누리당에 둥지를 틀었다. 지금 더민주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대표나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에 내정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각각 원래의 진영을 이탈해 새 꿈을 꾸고 있다. 각 당의 공천 배제 또는 경선 탈락 정치인들이 많아 ‘환승’ 행렬은 총선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의 오락가락 행보야 과거 총선에서도 익히 봐 왔던 터라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런 어지러운 이합집산의 혼돈 총선이 국민들의 정치혐오, 정치불신 풍조를 더욱 부채질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어제까지 붉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던 인사가 오늘은 갑자기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거나, 탈당파들을 비난하다가 갑자기 패권주의 타도를 외치는데 혼란스럽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한 석이 아쉽더라도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들까지 거두는 여야 3당은 지지자들의 뜻을 묻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원조 친박’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 의원은 더민주 입당변(辯)을 통해 “특정인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이라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정치,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 마지막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자신이 추구한 ‘초심의 정치’였다면 새누리당에서 3선을 하고 현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내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렇게 새누리당과 맞지 않았다면 왜 미리 결심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정당의 정체성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지지자들에 대한 약속이다. 아무리 정치가 최선이 아닌 차악이라고 하더라도 조변석개하며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사실상 보수정당 일색인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정치인들의 당적 이동이 무얼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각 당의 정강정책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인 복지정책 각론만 해도 더민주는 복지 확대를, 새누리당은 복지 조정을 내세우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총선을 전후한 당적 이동은 ‘사욕 채우기’ 의혹을 사기에도 충분하다.

이번 총선은 수십 년 만에 다당 구도가 재현된 데다 각 당 공히 크고 작은 공천파동을 겪었고, 그 결과로 무소속과 당적 이동 후보가 속출하는 등 큰 혼돈 속에서 치러지게 됐다. 유승민 의원 파동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19대 국회의 무능에 진저리를 친 국민들은 20대 국회만큼은 본연의 자리를 찾길 학수고대했지만 이합집산의 혼돈 총선을 지켜보자면 실망과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계파갈등과 권력투쟁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에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시름이 더욱더 커져만 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2016-03-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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