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스가 시대’ 개막, 한일 관계 원칙 지키며 유연해야

[사설] 일본 ‘스가 시대’ 개막, 한일 관계 원칙 지키며 유연해야

입력 2020-09-14 20:40
수정 2020-09-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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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계승한 스가, 외교는 답습할 듯
고위급 대화 재개 등 관계 개선해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어제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됐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과 자민당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이 참석한 총재 투표에서 스가 장관은 유효투표 534표 중 377표를 얻었다. 그는 내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의 당선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자민당 7개 파벌 중 주요 5개 파벌이 그를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스가 대세론을 형성했다. 스가 총재는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했다. 따라서 징용 판결을 둘러싼 시각 차이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가는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는 기존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며, 앞으로도 한일 양국의 의견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12일 일본 기자클럽이 주최한 자민당 총재 후보 공개 토론회에서 “중국과 한국 등 인접 국가들과의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촉해 상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외교를 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의 해법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스가 차기 총리는 ‘아베의 그림자’라는 인식을 어떻게 떨쳐 버리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스가 총재는 외교면에서 아베 총리에게 퇴임 이후에도 조언을 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서 아베 총리가 밟았던 강경 노선을 밟는다면 ‘외교 문외한’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일본의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원한다면 스가 시대의 일본은 달라져야 한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한국과의 정상적인 대화 재개와 수출규제 강화 철회를 지적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가 체제는 아베 총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별다른 변수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집권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일본에 새 체제가 들어선 만큼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고위급 대화 재개를 제의하는 등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분명한 사죄를 전제로 시간을 두고 협상으로 풀어 가는 한편 경제·국방 분야는 국익 차원에서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중일 정상회담 등의 기회에 양국 정상이 서로 신뢰를 확인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0-09-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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