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기고] 경찰개혁 없이 수사권 조정 성공하겠나/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기고] 경찰개혁 없이 수사권 조정 성공하겠나/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입력 2020-01-20 23:14
업데이트 2020-01-21 03:3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했다. 이 때문에 수사권 조정은 검찰 권한이 경찰에 넘어가는 형태로 진행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성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하나의 기관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의 권한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나눠 주는 방향으로 수사권이 조정된 것이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찰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왜 자신들에게 검찰 권한이 넘어왔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이 수사권 조정에 힘을 실어 준 이유는 경찰이 검찰보다 인권 보호에 앞장서서가 아니다.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조정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찰에 권한을 넘겨준 측면이 더 크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통해 얻은 권한을, 인권 보호가 아닌 자신들을 위해 활용할 경우 언제든 다시 뺏길 수 있다. 인권보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보완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까닭이다.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권 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 도입이 시급하다. 당초 자치경찰제는 수사권 조정과 동시에 추진될 예정이었다. 중앙집중된 경찰 권한이 분산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을 통제하면,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정보경찰인력 축소 등 개혁 작업 또한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정보경찰은 치안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만드는데, 그 정보는 대부분 집권 세력을 위해 활용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경찰에 힘이 실리고, 경찰에게 권한이 집중된다. 자유당 시절 무소불위의 경찰권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권한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위원회를 실효성 있는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행정 및 수사 경찰을 분리해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수사부서가 필요하다.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별도의 국가수사본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의 인권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권한 분배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찰이 인권 보호기관이 될지는 많은 국민이 확신하지 못한다. 수사권 조정의 성공은 경찰 개혁에 있다.
2020-01-21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