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질환은 사회관계망으로부터의 소외·배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해진 결과물이다. 물론 정신질환자도 분노조절을 못 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렇다고 정신질환 때문에 분노조절이 안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치료받지 않는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자는 것은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무모한 주장이다. 역설적이게도 강제 입원 중심 정책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스티그마를 심화하고 치료를 기피하게 만든다. 정신질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속시킨다.
정신질환을 다룰 때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질환과 차별하지 않는 것이 이런 환경 조성에 필수적이다.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때 퇴원 예정 시점을 통보해야 한다. 강제 입원시키더라도 독일처럼 사회참여를 권장해야 한다. 정기적인 면회, 외출, 휴대전화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이 없어야 조기 치료가 가능하고 거부감 없이 입원한다. 중증정신질환자 국가책임과 관리는 역설적이게도 정신질환자의 치료 거부와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회복 중인 중증정신질환자를 동료 지원가로 채용해 정신건강서비스 제공 과정에 참여시키면 회복을 촉진할 뿐 아니라 사회적 스티그마도 완화시킨다. 이들을 절차보조인으로 채용해 강제 입원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지원하면 치료 거부감도 최소화할 수 있다. 중증정신질환자의 고용을 늘릴수록 직장 갑질문화를 해소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우리 모두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선순환 효과다.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정신건강정책을 혁신해야 한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는 장애인법 제정과 정신건강신자유위원회 설치를 통해 보호중심주의에서 사회참여 촉진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다. 콜과 대처 정부는 아동보호 국가책임을 국가와 가족의 파트너십으로 전환했다.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받는 ‘자유와 자율’ 패러다임이다. 얼마 전 정부는 아동기부터 성인기까지 전 국민 정신건강 관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제 입원과 중증정신질환자 국가관리가 아니라 ‘자유와 자율’ 중심의 예방·조기 치료, 빠른 입원과 퇴원을 지향하는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 혁신의 성과는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2023-09-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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