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뉴스 시장 재편이 주는 시사점/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SFU) 교수

[시론] 글로벌 뉴스 시장 재편이 주는 시사점/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SFU) 교수

입력 2015-08-03 23:50
수정 2015-08-0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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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사(닛케이)에 매각된 데 이어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매각도 논의되고 있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SFU) 교수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SFU) 교수
많은 국내외 매체는 닛케이가 FT의 새 주인이 된 것을 기회로, 향후 신문시장 나아가 미디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닛케이가 세계에서 가장 명망 있는 경제지 가운데 하나를 사들인 것은 미디어 산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미국과 영국 등 미디어·문화산업 선진국이 아닌 일본 미디어 기업에 의해 국제적 경제지의 매입이 단행됐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대로 닛케이는 온라인 독자가 70%를 차지하는 국제적 경제지 인수를 통해 온라인화와 국제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FT의 매각은 무엇보다도 해당 신문의 지주회사인 영국의 피어슨사가 무슨 이유로 매각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돼 온 미디어·문화 산업계의 탈융합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디어·문화 산업계는 인터넷의 중요성과 신자유주의가 크게 부각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등에서 알려진 바대로 방송·영화·신문 등 전통적 미디어 기업은 신자유주의 바람 속에 뉴미디어의 상징인 인터넷 기업과의 융합을 통해 먹거리를 찾기에 바빴다. 그러나 미디어·문화 산업의 인수·합병 열풍은 AOL·타임워너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찾지 못하고 4개 기업으로 분할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미디어·문화 산업계에서는 대형 인수·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고 다시 매각되는 기업 비율이 2000년대 초반 68%에 이르자 사업 다각화와 회사 이미지 고양을 위해 진행된 신구 미디어의 인수·합병을 중단하거나, 이미 하나가 된 회사들을 분사, 또는 재매각하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등장했던 미국의 CBS-바이어컴이 탈융합을 단행해 2개의 독립 기업으로 바뀌고, 뉴스코퍼레이션도 2013년에 종이신문과 출판 분야를 담당하는 뉴스코퍼레이션과 방송·영화 분야를 담당하는 21세기 폭스로 분할되면서 탈융합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미디어·문화 기업들은 지난 10년간의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핵심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 융합할 때도 콘텐츠 기업은 콘텐츠 기업끼리, 뉴미디어 기업은 뉴미디어 기업끼리 인수·합병을 단행해 자신들의 핵심 분야에 전념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2014년에 모바일 메신저인 왓츠웹을 인수한 것이나, 앞서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닛케이와 FT도 신문사 간의 인수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CBS-바이어컴이 2005년에 회사를 다시 전통 미디어 위주의 CBS와 뉴미디어 위주의 바이어컴으로 나누면서 당시 회장이던 서머 레드스톤이 “대형화의 추구가 과거 10년 동안 미디어·문화 산업계를 지배하던 비즈니스 모델이었으나, 이제는 탈융합이 융합보다 더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핵심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최근 핵심 사업인 교육 사업에서 몇 차례 어려움을 겪은 피어슨사가 FT에 이어 이코노미스트마저 매각을 추진하면서 “피어슨은 온라인 분야를 포함한 교육 분야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힌 것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피어슨사가 이들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미디어·문화 산업계는 자신들의 핵심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현재 미디어·문화 산업계의 커다란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 준 것이다.

국내 미디어·문화 산업계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생존과 번성을 담보하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15-08-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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