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상가(喪家) 단상/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상가(喪家) 단상/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5-01-16 23:48
수정 2015-01-1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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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여성분의 상가(喪家)를 찾았다. 생전에 엄청 밝게 살았던 분이다. 늘 얼굴엔 함박꽃이 피었고 좌중에서는 활달했다. 고인을 앗아간 병은 이름도 생소한 부신암이다. 부신은 신장 위쪽에 있고, 아직 희귀암으로 분류된다. 무정한 종양의 공격에 척추를 내주고 말았다. 생활과 주변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다양화하면서 이전에 듣도 보도 못한 불치병 환자가 많아졌다. 나중엔 이들도 치료가 쉬운 ‘친숙한 병’이 되겠지만….

웃는 것은 심신을 윤활하고, 생명 연장줄로도 대접받는다. 삶의 가운데 우울증이 자리한 요즘엔 뻑뻑함을 푸는 단방약 정도로 모두가 치켜세운다. 수치화한 웃음은 건강학에서 필수과에도 속한다. 그래서 천진하게 웃어야 젊게 산다고 한다. 젊다는 건 병에도 강하다. ‘일소일소’(一笑一少)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문상을 하던 지방분이 “서울의 공기가 많이 탁하다”고 했다. 뜬금없다는 듯 들었지만 생활 미세먼지가 많기는 많다. 이곳 사람만 인지하지 못하고 지낼 뿐이다. 크든 작든 난()한 게 많은 지금이고 난치(難治)의 시절이다. 고인이 병원이 아닌 자연 치유력에 몸을 맡겼으면 병의 차도가 어땠을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5-01-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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