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뻘쭘한 아침/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뻘쭘한 아침/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입력 2015-05-21 00:02
수정 2015-05-2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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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거리나 식당에서 반가운 얼굴과 마주친다. 달려가 손이라도 잡으려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영화배우거나 TV 탤런트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만, 그 사람은 당연히 나를 모른다. 언젠가 서울 여의도의 방송사를 찾았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친한 사람같이 느껴져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경기 파주 교하의 집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 태평로 회사로 출퇴근한다. 저녁 길은 들쭉날쭉이지만, 아침에 버스를 타는 시간은 거의 일정하다. 그러니 매일이다시피 비슷한 시간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유명 배우나 탤런트 이상으로 익숙하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웃 가운데 언제나 말쑥한 정장차림에 인상도 좋은 중년 사내가 있다. 이웃 회사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는데, 얼마 전 그 회사에 다니는 후배와 멀지 않은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아침에 만나면 인사를 나눈다.

문제는 정류장에서 내리면 언제나 나와 같은 길을 걸어 같은 건물에 들어서는 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회사가 다르지만, 때로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한다. 뻘쭘하지만, 내가 먼저 아는 체를 할 것 같지는 않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05-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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