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스 밸브 강박/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스 밸브 강박/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8-05-29 22:52
수정 2018-05-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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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할 때 가스 안전 밸브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출근할 때는 물론 산책이나 쇼핑을 나갈 때도 의식적으로 가스 밸브를 확인한 뒤 집을 나선다. 정말 가스가 샐까 봐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아내의 불안을 덜어 주고 싶어서다. 아내는 잠긴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밖에서 온종일 안절부절못한다. 함께 외출했을 땐 불안으로 인한 아내의 짜증이 애먼 날 향하기도 한다. 외출했다가 되돌아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간혹 확인을 빼먹는다.

아내의 가스 밸브 불안은 오래전의 작은 사고에 뿌리를 뒀다. 미국 연수 시절 쿡탑에 냄비 올려놓은 걸 깜빡하고 외출했다가 집을 태워 먹을 뻔했던 소동이다. 다행히 옆집 아주머니가 연기를 보고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불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그 후 아내는 밖에 함께 있을 때마다 “가스 잠갔던가?”라며 초조해했다. 충격으로 인한 강박이 생긴 듯했다.

내가 직접 확인하면서부터 아내의 불안감은 사라졌다. 자기보다 꼼꼼하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가스 밸브를 점검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 듯하다. 진즉 내가 할 생각을 왜 못했을까.

sdragon@seoul.co.kr

2018-05-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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