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이 온다/이순녀 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을이 온다/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8-08-19 22:28
업데이트 2018-08-1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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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 덕에 모처럼 에어컨 없이 편안한 밤을 보냈다. 폭포 소리처럼 아침잠을 깨우던 매미 울음소리도 위세가 확연히 꺾였다. 창공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석양은 보태거나 뺄 것 없이 가을의 정취, 그 자체였다. 그러니 ‘아, 이제 가을인가’란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올밖에.

물론, 벌써 가을이 올 리가 없다. 절기상 가을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2주 전에 지났지만, 진정한 가을의 시작은 처서(處暑)다. 적어도 오는 23일이 지나야 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늘부터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도 이제는 별로 두렵지 않다. “어디 올 테면 와 봐라”고 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예상치 않게 미리 경험한 ‘가을 예고편’ 덕이다. 아무리 더위가 극성을 부려도 시간이라는 자연법칙 앞에선 곧 맥없이 무너질 것이란 당연한 이치를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힘든 일을 겪을 때 성경 구절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큰 힘이 되곤 한다.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고난에 애면글면하지 말고, 시간의 치유력에 기대는 것도 삶의 지혜다. 그리하여, 가을은 온다. 가을이 오고 있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2018-08-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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