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만화 ‘짱뚱이’/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만화 ‘짱뚱이’/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0-06-03 22:42
업데이트 2020-06-0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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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초여름 해보다 더 일찍 일어난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새벽녘부터 마루에 나와 낄낄거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 보니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배꼽을 부여잡고 정신을 못 차린다. 그리고 만화책을 덮은 뒤 퍼붓는 질문 공세. “곤로가 뭐야?”, “라면에 왜 국수를 넣어 먹어?”, “옛날엔 바나나가 그렇게 비쌌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1960년대, 그것도 꽤 벽촌인 마을 일상을 담은 책이니 ‘산업화 세대 아빠’에게도 어렵다. 해질 무렵엔 얘들 엄마가 또 같은 만화책을 보면서 함참 웃어대다가도 잠시 뒤엔 눈물 찍어내느라 바쁘다. 그러다 모녀 간 궁금증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꽃 피우기 바쁘다.

집안이 만화 ‘짱뚱이’에 푹 빠졌다. 짱뚱이 시리즈는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법한 옛날 얘기이건만 흡입력이 높다. 마을 잔치마다 나타나는 일꾼이자 거지인 살강쇠 얘기, 몸이 아픈 동생을 귀찮아 하다가도 속깊은 정 드러내는 얘기, 키우던 개가 홀연히 사라져 안타까워하는 얘기, 아이 눈에 비친 시골장날 풍경은 정겨움 그 자체다. 세대 간 듬직한 다리가 놓인 듯하니 반갑고 기쁘다. 아이가 자꾸 물어오는 전라북도 사투리에 답하는 게 은근히 어렵다.

youngtan@seoul.co.kr
2020-06-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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