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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목욕탕의 쇠락/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목욕탕의 쇠락/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3-12-25 23:37
업데이트 2023-12-2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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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월 폭염 탈출 비법을 다룬 칼럼에서 한국 찜질방과 목욕탕을 소개했다. 칼럼은 “40달러면 한국식 사우나인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서 “적외선방, 한증막 등 다양한 사우나와 냉온탕을 즐기고, 얼굴 마사지 등 미용 시술과 한국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어 “온도를 낮추는 것만이 찜질방의 장점은 아니다. 목욕탕에서는 옷을 벗어야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사회문화적인 의미까지 짚었다. 외국 여행객의 이색 관광 체험 수준을 넘어 피서지로까지 추천될 정도로 위상이 달라진 한국 찜질방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대형화, 고급화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입지를 넓히는 찜질방과 달리 동네 목욕탕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폐업한 대중목욕탕은 3591곳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고, 치솟는 가스비와 전기요금 등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은 동네 목욕탕이 많았다. 2020~2022년 3년간 서울에서만 243개의 목욕탕이 사라졌다.

달동네 등 온수와 샤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주거지에 거주하는 이들에겐 동네 목욕탕이 몸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동네 목욕탕 소멸은 노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공공목욕탕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쪽방촌 전용 목욕탕 8곳을 지정해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동행목욕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도 지난해 7월부터 ‘동네방네 사우나’를 운영 중이다.

그제 세종시 조치원읍 한 대중목욕탕에서 감전 사고로 70대 여성 3명이 숨졌다. 지난 6월 전기 안전점검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39년이 경과한 노후 건물로 천장과 벽면에 금이 가는 등 위험 징후가 있었다고 한다. 안전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면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쇠락하는 동네 목욕탕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순녀 논설위원
2023-12-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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