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친박·친노 결투의 최후 승자는 누굴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친박·친노 결투의 최후 승자는 누굴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2-03-22 00:00
업데이트 2012-03-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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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여야의 4·11 총선 공천이 끝났다. 양측 대진표를 보면 마치 친박과 친노의 결투처럼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대체로 공천을 받았고, 민주통합당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천을 많이 받았다.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 시스템 정치를 강조해 놓고 결과는 21세기 현대 정치에서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인치’(人治) 방식의 공천이었다. 참 실망스럽다.

‘인치’ 방식의 공천이지만 양당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새누리당은 박의 사람들이 주류이고, 민주당은 ‘친노‘라는 이념 동조자들이 주류이다. 두 세력의 결투 지향점은 4·11 총선이 아니라 하반기의 대선이다. 그러면 어느 편이 유리할까. 한 사람을 중심으로 뭉친 세력은 수장이 힘을 잃으면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념으로 뭉친 세력은 제2, 제3의 인물이 등장하여 맥을 잇는다. 그래서 친박이 유리하지 않다.

이번 총선은 대선의 서전(緖戰)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서전에 임하는 양당의 입장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유력 대선주자가 전면에 나섰기에 총선이라는 서전을 대선처럼 치러야 하는 절박함이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이 탐색전의 성격을 가진다. 친노를 앞세워 총선을 치르지만 유력주자는 전세를 관망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절박함과 여유 중 어떤 마음을 가진 편의 승률이 높을지 쉽게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박 위원장의 대선 후보가 확정적이다. 지더라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것이 오히려 대선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지면 총선 패배의 상처가 중상일 수밖에 없고, 총선에서 깔아놓은 친박이 박 위원장을 옹립하더라도 중상 입은 몸으로 대선전을 승리로 이끌기가 쉽지 않다. 안철수라면 모를까, 정운찬 등 여권 주변 인물을 집합시켜 박 위원장과 경선을 하더라도 국민적 관심이 되기는 어렵다.

반면 민주당은 유력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 총선에서 지더라도 입을 상처는 미미하다고 하겠다. 여당은 비대위원장이 그 정당의 오너처럼 공천을 했지만, 문재인·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야당 대선 주자들의 행보는 다양했다. 총선에 출마한 주자도, 출마하지 않은 주자도 있다. 전국을 돌며 자기를 알리려는 주자, 지역기반을 다지려는 주자, 서울에서 승부수를 던지려는 주자로 각각 행보가 다르다. 그래서 야당 주자들은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크게 입을 상처는 없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대선에서 결코 유리하지는 않다. 대선 후보는 당연히 박 위원장일 것이고, 야당 후보는 누가 될 것인지 예측불허이다. 국민의 관심이 야당에 쏠릴 수밖에 없고, 야당에 쏠린 국민이 여당에 표를 얼마나 던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총선을 계기로 박 위원장이 대선 후보 굳히기에 들어가 대선가도로 향하는 유리함은 있겠지만 경선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 수는 없다는 불리함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승리 요인은 정동영 후보의 약세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 자체가 볼거리였다. 이명박과 박근혜 중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 빅매치가 표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다. 과거 2002년 노무현과 이회창 후보 간의 대선을 돌이켜 보아도 절대 우세였던 이 후보가 졌다. 물론 노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정 후보의 돌출 행동도 한몫을 했지만 이 후보 측의 흥행 실패도 큰 요인 중 하나였다.

대선이란 결투는 추종자들의 됨됨이도 큰 변수가 된다. 대선 후보의 ‘그릇’이나 사람 보는 눈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공천자의 면면을 보면 양당은 크게 다르다. 여당에는 박의 브레인이, 야당에는 시대별 운동권이 눈에 띈다. 박의 사람들은 운동을 해본 경험이 없고, 민주당 후보들은 운동 전문가들이다. 대선이라는 격전지에서 경제전공자들이 기획한 복지 이슈가 대중을 격동시키는 데 이골이 난 운동권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종합해 보면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대선에서는 불리한 상황이다.

2012-03-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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