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없네요.”

돌아온 톱스타 고현정(33)이 눈가를 살짝 적시며 울먹이는 듯한 표정연기로 10년만의 첫 드라마 촬영을 멋지게 장식했다.

고현정
14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운동장 역 매표소에서 고현정은 STV 특별기획 ‘봄날’(김규완 극본·김종혁 연출)의 여주인공 정은 역으로 완벽하게 변신, 서울역에서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고 뒤늦게 난감해하는 장면을 무난하게 연기했다. 촬영 도중에 지하철 표를 사기 위해 느닷없이 뛰어든 할아버지 때문에 NG가 나자 고현정은 긴장의 끈을 놓고 ‘봄날’의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에 앞서 첫 촬영은 이 날 오전 7시께 서울역 신역사 계단에서 시작됐다. 섬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은호(지진희)가 서울로 간 뒤 연락이 없자 그를 찾아 상경하는 내용(3부 중반)이다.

청회색 롱코트와 갈색 스커트에 운동화 차림의 극 중 의상을 차려 입은 고현정은 오전 6시50분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로 현장에 도착했다. 겨울이 스러진 ‘12월의 봄날’치고는 제법 쌀쌀한 바람에 노 메이크업인 볼과 코끝이 발갛게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계단을 내려오다 남자 행인과 부딪히는 신에서 고현정은 몇차례 NG를 냈지만 베테랑답게(?) 시종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쉴새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는 다소 긴장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른 시각이라 구경꾼이 몰려들지는 않았지만 몇몇 행인들이 촬영장 주변에서 소근거리는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이효리 아녀∼.” “김희선인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보니 분명 유명인인데…, 앗! 고현정이다.”

고현정은 동대문운동장에서 촬영이 끝난 뒤 세번째 촬영장소인 서강대교 다리로 이동하는 도중, 첫 연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늘 오전 5시에 일어나 힘들고 정신이 없네요. 하지만 괜찮아요”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서강대교 한 가운데에서 은호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을 알고 병원을 찾아가는 장면을 찍은 그는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16일부터 제주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작진은 당초 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 비양도에서 첫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3부 대본에 있는 일부 서울 장면을 먼저 찍기로 결정하면서 서울에서의 첫 촬영이 이뤄졌다. ‘봄날’은 내년 1월 8일 첫 방송된다.

김용습기자 sno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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