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순(61)씨는 이름조차 불릴 새 없이 부모와 남편과 자식만을 위하며 살아왔다. 가난한 집안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예쁨받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자랐다. 그녀는 어린 시절 노래를 즐겨 불렀다. 농사일을 돕거나 소에게 꼴을 먹이러 다닐 때면 좋아하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노래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남편 신현조(65)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세 딸을 낳았다. 세 딸은 어느새 출가해 손주들을 줄줄이 낳았다. 평생을 아내로, 엄마로, 심지어는 할머니로만 살아왔다. 남을 위해서만 살아온 삶이 공허했다. 그런 그녀에게 ‘필’이 꽂히는 게 나타났다. 바로 노래다. 2011년 KBS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디션을 거쳐 구성된 ‘청춘합창단’을 통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됐다. 청춘합창단은 방송으로만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삼순씨는 매주 화요일이면 김해와 서울, 왕복 10시간을 달려 청춘합창단 연습에 참여한다. 고된 일정에 심신이 지치고 남편과 손녀 걱정에 심적 갈등도 겪지만 노래만은 포기할 수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줬기 때문이다. 삼순씨는 국내를 넘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삼순씨를 비롯한 청춘합창단 단원들은 뉴욕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는 13~17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되는 KBS 1TV ‘인간극장-청춘합창단 삼순씨 뉴욕 가다’ 편에서 만날 수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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