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싫어서 했지만 인종주의자는 아니다”
미국의 한 연방판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조롱하는 인종주의적 농담글을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퍼나르기를 했다가 ‘판사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미 몬태나주 리처드 세불 연방판사는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인으로부터 받은 한 이메일을 6명의 친구들에게 재전송했다.
이 메일은 한 소년이 엄마에게 ‘왜 나는 흑인이고 엄마는 백인이에요’라고 묻자 ‘버락, 네가 짖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다’라는 내용으로 흑인을 개에 비유하는 듯한 조크성 글이었다.
세불 판사는 이 글을 재전송하면서 “대개 이런 글을 누구에게 포워딩하지 않지만 이 글은 너무 감동적이어서 친구들에게 보낸다”라고 이유를 붙였다.
하지만 세불 판사로부터 이 이메일을 받은 친구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 포워딩하고 또 포워딩되는 일이 며칠간 되풀이되면서 결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신문 기자들에게도 들어갔다.
세불 판사의 이메일 계정이 계속 붙은 상태로 전달됐기 때문에 신문들은 이를 기사화했다.
세불 판사는 29일 공식 사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메일을 친구들에게 재전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주의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번 건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넘어선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세불 판사는 자신의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는 상태로 이메일이 계속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된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말해서 이번 건은 순전히 나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사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몬태나주에서는 세불 판사의 사임을 촉구하는 항의가 잇따랐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나는 그 보도를 보았지만 그에 대해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카니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세불 판사의 이메일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대응을 피했다.
세불 판사는 지난 2008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방판사로 임명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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