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과학자, 10년치 기억만 증발

뇌진탕 과학자, 10년치 기억만 증발

입력 2012-04-16 00:00
업데이트 2012-04-1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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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후 기억 모두 잃어… 휴대전화 등 세상사 다시 공부

“2시간 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10여년 전 일이라고?”

한 40대 과학자가 자전거 사고로 머리를 다쳐 최근 10년 동안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뉴질랜드 해밀턴에 사는 로비 프라이스(43)는 최근 자전거를 타고 난간이 있는 다리 위를 달리다 자전거 도로 위에 임시로 설치된 교통 표지판을 들이받았다. 그는 다행히 외상은 입지 않았으나 병원 진단 결과 뇌진탕 증세로 기억 상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외신들은 전했다. 프라이스의 기억에서 사라진 건 2002년 이후 10년간의 일이다.

2002년 가족과 함께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한 일은 물론 10대인 두 아들의 어린 시절도 그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관리연구소에서 환경 분야를 담당하던 그는 직장에서 일하는 방법도 모두 잊어버려 출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프라이스는 “모든 게 혼란스럽다.”면서 “방안에 있는 자전거는 내 것이 아니었고, 자전거 소지품 가방 안에서 뉴질랜드 운전 면허증과 지갑을 발견했지만, 내 기억에는 없는 부분들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일을 떠올리며 2시간 전에 있었다고 생각한 일은 (10여년 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때의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담당 의사들은 기억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2~3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머리 부상으로 인한 퇴행성 기억상실은 단기간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 기간은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프라이스가 새로운 것들을 기억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주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이나 미국 흑인 대통령의 등장, 최근의 국제적인 분쟁 등 지난 10년간의 세상사를 따라잡기 위해 프라이스는 사전에 나와 있는 ‘새로운’ 단어들을 공부하거나 휴대전화 기능을 다시 배우는 등 온 힘을 쏟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012-04-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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