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성조기도 중국산인데 새삼스레 뭘”

[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성조기도 중국산인데 새삼스레 뭘”

입력 2012-07-16 00:00
수정 2012-07-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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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올림픽 유니폼 논란 확산… “진짜 미국산 제품 본 적 없다”

14일 아침(현지시간) 기자는 라디오 다이얼을 정치 전문 방송인 C-SPAN에 맞췄다. 그런데 이날 따라 청취자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격앙돼 있었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단 유니폼의 중국산 논란에 대한 의견을 듣는 코너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산다는 한 시민은 “월마트에서건 어디에서건 쇼핑할 때 미국산(메이드 인 USA) 제품을 본 기억이 없다.”며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라고 신분을 밝힌 플로리다주 주민은 “심지어 우리 집 현관에 꽂아 놓은 성조기도 중국산이다.”라면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왠 호들갑이냐.”고 냉소했다. 버지니아주 주민은 “설령 미국산이라도 멕시코 등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만든 것일 텐데 그것을 진정한 미국산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옛날부터 값싼 노동력이라면 어디든 찾아 나서는 미국인의 ‘노예 노동’ 추구 본성이 문제”라고 했다.

청취자들의 말대로 ‘미국산 실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의류신발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복의 98%가 외국산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미국 대표팀은 중국산을 입었다. 이 때문에 “유니폼을 전부 수거해 불태워야 한다.”(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등의 분노는 느닷없다. 정치권의 이런 호들갑은 선거를 앞두고 장기 경기 침체로 유권자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게 본분인 민간 기업(랄프 로렌)으로부터 무상으로 유니폼을 지원받는 처지에 값싼 중국산 대신 미국산을 쓰지 않았다고 질타하는 것은 어색하다. 국민들은 죄다 중국산을 입는데 올림픽 선수단만 미국산을 입혀 내보낸다고 새삼 국민적 자긍심이 올라갈 것 같지도 않다.

넓게 보면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의 충돌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국가 간 경계를 허물자고 하면서 올림픽에서는 국가를 앞세우다 보니 생겨나는 모순이다. 그나저나 한국 대표팀 유니폼은 ‘메이드 인 코리아’인지 모르겠다.

carlos@seoul.co.kr

2012-07-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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