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종이라도 진화 방식은 같아

서로 다른 종이라도 진화 방식은 같아

입력 2012-07-25 00:00
업데이트 2012-07-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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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예측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우연한 사건들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인가?”라는 오래 된 의문에 대해 독일과 미국 과학자들이 “예측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4일 보도했다.

코넬대학과 함부르크 대학 연구진은 ‘카데놀라이드’라는 강력한 독을 가진 식물을 먹이로 삼는 딱정벌레와 나비ㆍ나방, 파리, 노린재 등 4개 목(目)에 속하는 곤충 18종을 조사한 결과 모두 한가지 방식으로 적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카데놀라이드는 금관화와 지황 등에 들어있는 유독 성분으로 거의 모든 동물 세포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나트륨펌프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

나트륨펌프는 필수 효소가 세포막을 드나들며 중요한 양분인 나트륨과 칼륨을 운반할 때 작동하는데 카데놀라이드는 효소와 결합해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세포가 기능을 멈춰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

연구진은 18종의 곤충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이 카데놀라이드에 저항하기 위해 몇 가지 일정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모나크 나비와 잎벌레 한 종은 나트륨ㆍ칼륨펌프(Na,K-ATPase)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 N122H에 의해 카데놀라이드 내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N122H 돌연변이는 카데놀라이드와 나트륨펌프 효소의 결합을 줄인다.

연구진은 “모나크나비가 카데놀라이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역시 카데놀라이드에 내성을 가진 딱정벌레와 파리, 노린재도 같은 해결책을 사용하는지 밝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트륨펌프 유전자의 분자적 변화를 관찰해 네 가지 목(目)의 곤충 모두에서 N122H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 외에 18종 가운데 11종에서는 같은 유전자에 두번째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는 실로 놀라운 정도의 진화 반복이자 독성에 대한 내성 진화가 극소수의 효과적인 선택을 통해 일어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유전자 변화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배양중인 세포에 나트륨펌프 한 개씩을 첨가하고 카데놀라이드를 주입했다.

그 결과 돌연변이가 세포에 독성 저항력을 주고, 돌연변이를 두 번 일으킨 경우에는 저항력이 두 배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나트륨펌프의 표준 유전자는 모든 곤충에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며 심지어 포유류도 비교적 수정되지 않은 형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나트륨펌프가 수억년 전 공동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대부분의 동물 기능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배경에서 출발해 각기 다른 목의 곤충들이 지난 3억년 동안 카데노이드를 함유한 자기만의 식물에 적응해 저항력을 진화시켜 왔으며 무수히 많은 경우 똑같은 유전자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들은 “만일 진화의 녹화 테이프를 거꾸로 돌린다면 결과는 같게 나올까?”라는 생물학자 스티븐 J. 굴드의 유명한 질문을 상기하면서 “테이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수백만년간의 진화적 분기를 되돌아 보고 분자 수준에서조차 엄청난 반복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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