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야구시합 보러가야”..야당ㆍ언론 “총리가 결정할 문제”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미국에서 열리는 아들의 야구 시합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희생된 전사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뉴질랜드인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야당 정치인들도 그렇고 언론들도 그렇고 총리의 그런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희생된 뉴질랜드군의 프랠리 듀어러 하사와 로리 맬론 하사의 장례식은 11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릴 예정이고 키 총리의 아들 맥스가 선수로 뛰는 17세 이하 뉴질랜드 올스타팀의 월드 시리즈 경기도 같은 날 미국 메인 주 뱅거에서 열린다.
키 총리는 양자택일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던 듯 9일 기자들에게 “상당히 힘든 결정이었다”고 말문을 뗀 뒤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내 아들은 나와 나의 일을 위해 상당히 많은 희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으로서 가서 그를 응원하는 게 옳은 일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맥스가 속한 뉴질랜드 팀이 월드 시리즈 경기에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 총리는 듀어러 하사와 맬론 하사의 가족들을 찾아가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면서 자신을 대신해 빌 잉글리시 부총리가 장례식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리시 부총리와 함께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인 데이비드 시어러 노동당 대표는 키 총리의 결정에 대해 “그것은 총리가 결정할 문제”라며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08년 총리에 취임한 후 키 총리가 작전 수행 중 희생된 군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 총리는 지난 2010년에는 외국 방문 중 안작 데이에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3명의 군인들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무역 사절단을 이끌고 중동 지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한 바 있다.
당시 그는 90명의 기업인들을 이끌고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 아미리트 연합을 차례로 방문하려던 계획을 뿌리치고 귀국한 것은 국제 외교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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