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과정 다룬 英 다큐에 “편파적”이라며 반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자신을 비판적으로 그린 다큐멘터리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경고하며 상영 중지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신문은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최근 영국의 다큐멘터리 ‘위키리크스:비밀과 거짓말’에 대한 어산지 측의 제재 요청을 기각하는 과정에서 관련 문건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어산지는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멀티미디어 콘퍼런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이 다큐가 상영되는 것을 저지하려고 주최 측에 경고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소송 전 통지문’이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주최 측에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식 불만 접수 절차를 질의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다큐를 상영하면 법적 대응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문제의 다큐멘터리는 명예훼손 등 방송 윤리규정 위반으로 영국 오프콤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어산지는 미국의 케이블채널인 CNBC에도 비슷한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의 독립제작사 옥스퍼드 필름 앤드 텔레비전(OFT)이 제작한 다큐는 어산지의 강력한 경고에도 SXSW 콘퍼런스에서 공개 상영됐으며 CNBC를 통해서도 미국 시청자에게 소개됐다.
어산지와 주변 인물의 위키리크스 설립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2011년 11월 영국 ‘모어4’ 채널에서 처음 방영돼 어산지의 반발을 샀다.
어산지는 당시 이 다큐가 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도 침해한데다 내용도 편파적이라며 오프콤에 제재를 요청했다.
패트릭 포브스 OFT 대표는 그러나 “긴박했던 위키리크스 설립 과정을 추적하면서 관련 인물들을 최대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포브스는 오프콤의 결정에 대해 “그동안 소송에 대비한 보험료 부담에 시달리면서 다큐 배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바른 결정이 나와 기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산지는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에서 “오프콤이 명백한 사실들을 무시했다”며 “문제의 다큐는 편견이 가득하고 한쪽으로만 치우쳤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어산지는 강제송환을 피해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80일 넘게 은신하고 있다. 지난달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망명을 허락받았으나 영국 경찰에 체포될 것을 우려해 대사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범죄 혐의는 미국 정보기관이 기획한 것으로 스웨덴으로 송환되면 미국으로 넘겨져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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