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세인트 매튜 성당, 도발적 광고판 논란
뉴질랜드에 있는 한 영국 성공회 성당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당 앞에 예수가 동성애자 임을 시사하는 대형 광고판을 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매년 크리스마스 때 도발적인 내용을 담은 광고판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세인트 매튜 성당은 올해에는 예수가 동성애자임을 시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판에는 아기 예수가 무지개 후광에 휩싸인 채 구유에 누워 있는 그림과 함께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커밍아웃해야 할 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세인트 매튜 성당 소속 클린 카디 신부와 클레이 넬슨 신부는 17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광고판은 동성애에 대한 논쟁과 토론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넬슨 신부는 오히려 “일부 학자들이 그가 동성애자였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은 모두가 억측에 불과하다.”면서 “동성애자면 어떻고 동성애자가 아니면 어떤가.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강조했다.
카디 신부는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예수의 성적 성향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번에 세운 광고판은 예수의 성적 성향에 따라 그에 대한 믿음이 달라질 수 있는지 물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가 동성애자였다면 뭔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를 존경하고 숭배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그것 때문에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카디 신부는 또 “부자가 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은 수없이 많지만 성에 대한 가르침은 기록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면서 “그는 언제나 사회의 소외 계층에 관심을 두고 도우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세인트 매튜 성당이 만드는 파격적인 광고판은 매년 전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2100여만명이 성당의 크리스마스 광고판을 봤다. 성당 웹사이트를 찾은 방문자 수도 한 주에 3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광고판에는 동정녀 마리아가 양성 반응이 나온 임신 검사 용지를 손에 든 그림이 실렸었다. 당시 이에 불만을 품은 가톨릭 시위자들의 공격으로 광고판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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