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전차·전기 놓은 보스트윅 사료 200여점,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서 전시
대한제국 말기 시대상과 근대화 초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대한 양의 희귀 자료가 미국 시카고에서 공개됐다.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은 28일(현지시간) ‘보스트윅 전시회’ 개관 기념행사를 열고 1890년대부터 1910년까지 한국의 다양한 사회상이 담긴 사진과 문서, 이를 기사화한 당시 미국 각지의 신문 스크랩 등 200여 점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 사료는 근대 문물의 상징인 전차와 전기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미국인 해리 보스트윅(1870~1931)의 외손녀 웬디 새들러(70)씨가 소장해왔다.
전시회에서 공개된 두 권의 대형 스크랩북에는 고종과 순종 사진을 비롯한 구한말 황실의 모습, 평민들의 풍속, 미국인들의 서울생활상 등이 담겨있다.
또 서울시내 전차 및 철도 건설 현장과 인부들, 전차 운행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개통식 날 전차를 뒤집은 사고 장면, 서울거리에 최초로 등장한 자동차 사진을 통해 근대화 초기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시카고 데일리 뉴스’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콜로라도 스프링스 텔레그래프’ 등 당시 미국에서 발간되던 각종 신문에 소개된 한국과 한인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보스트윅은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철도건설 교육을 받은 인물로 한국에서 만난 헨리 콜브란(1850~1922)과 함께 ‘C.B.디벨롭먼트’란 회사를 차리고 구한말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고종황제(1852~1919)는 주치의 호러스 앨런(1858~1932)을 통해 알게 된 보스트윅과 콜브란에게 서울 시내 전차·전기·전화·상수도 가설권과 광산 채굴권 등을 부여했다. 보스트윅은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건설사업에도 참여했고 서울에 체류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호텔과 레스토랑을 지었으며 은행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카고 인근에 거주하는 새들러씨는 한인 강영혜(54)씨와의 인연으로 이 자료를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 소개하게 됐다.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은 이를 선별, 복사해 별도의 전시 자료를 만들었다. 이 작업에는 한미역사학회 함성택 박사와 장기남 문화회관 이사, 건축전문가 김진환씨 등이 참여했다.
함 박사는 “고종시대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여서 보스트윅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보스트윅은 일본의 야심을 싫어했으며 한국 침략 계획을 안 뒤 모든 이권을 일본에 팔고 미국으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새들러씨는 개관 행사 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할아버지는 사진찍기를 무척 좋아하셨고 외할머니가 그 사진들과 자료들을 모아 스크랩북으로 만드셨다”며 “지난 1998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스크랩북과 그외 자료들을 4남매에게 물려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 도로시 보스트윅은 18세가 될 때까지 외조부모를 따라 1년의 절반은 한국에서, 절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했다”면서 “외할아버지가 일하는 동안 외할머니 엠마 보스트윅은 대부분의 시간을 궁궐에서 왕비와 함께 보냈고 가톨릭 수녀원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새들러씨는 “어릴 적 조부모와 어머니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고 외할머니가 주신 한국 전통자수 작품을 지금도 갖고 있다”면서 “외할아버지는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더 친절한 사람들’이라 말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보스트윅 전시회’는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또 새들러 가족의 결정에 따라 추후 한국 내 전시회 및 출판도 추진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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