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서 ‘분홍색’ 연기…남성 독점에 항의

바티칸서 ‘분홍색’ 연기…남성 독점에 항의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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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지혜 필요할 때”…美 전역서도 열릴 예정

전 세계가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기만을 숨죽여 기다리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는 ‘분홍색 연기’가 피어올라 눈길을 끌었다.

남성 추기경들의 전유물인 콘클라베에 항의하고 가톨릭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분홍색 연기를 피운 것이다.

시위대는 분홍색 옷을 입고 “여성을 성직에 임명하라”는 배지도 달았다.

’여성사제서품회의’의 에린 사이즈 한나 대표는 “지금의 추기경단은 교회를 추문과 학대, 성차별, 탄압에 휘청거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인들은 여성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대화에 열려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말 사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도 분홍색 연기를 피우는 시위가 벌어졌고 앞으로 미국 전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아 왔다. 예수가 자신의 사도로 남성만을 뽑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사임한 베네딕토 16세도 보수적인 가톨릭 교리를 철저히 따르면서 여성의 사제 서품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하지만 여성의 사제직 임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예수는 그가 살았던 당시의 풍습을 따랐던 것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콘클라베에 참석 중인 일부 추기경들도 가톨릭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다.

아르헨티나의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은 여성이 교회 내에서 좀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지금은 남성에게만 열려 있는 분야에서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톨릭 교회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데 지친 여성들은 아예 ‘가톨릭 여성성직자협회’(ARCWP)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사제 서품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파문으로 맞서고 있지만, 현재 ARCWP가 임명한 여성 사제는 124명이고 주교는 10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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