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정권교체 마무리… 본격 외교전 가동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완전한 권력 장악을 계기로 주요 2개국(G2) 간의 외교전이 본격화됐다. 외견상 미국이 중국을 탐색하고, 중국은 러시아와 아프리카 등을 공략하는 형국이다. 미국은 각료 등 고위인사들을 줄지어 중국에 보내 시 주석 등 중국 새 지도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시 주석은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상대로 첫 번째 해외순방을 시작한다.잭 루 미 재무장관이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중국을 방문한다. 반관영 중국신문사 등 중국 언론들은 미 고위인사들의 잇단 방중을, 소원했던 양국관계가 개선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미국이 중국을 주요 파트너로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루 장관을 만난 시 주석도 “중·미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면서 “중국은 협력적 동반자 관계의 진전을 위해 미국과 공동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미국과의 관계 진전을 희망했다.
하지만 양국 간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중국 봉쇄’에 방점을 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수정된 게 아니어서 호의적으로만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류웨이둥(劉衛東)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 지적재산권 분쟁, 무역적자 공방뿐만 아니라 북핵 대응,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및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양국 갈등이 오히려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루 장관은 1박2일간의 이번 방중에서 중국 측 고위인사들에게 위안화 절상 문제와 중국 해커의 미국기업 공격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3150억 달러(약 35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루 장관은 연초 의회 보고에서 중국의 환율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러시아 등 ‘원군’ 확보에 나섰다. 오는 22~24일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30일까지 탄자니아, 콩고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순방한다. 시 주석이 첫 순방국으로 러시아를 택한 것은 러시아와의 연대 강화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프리카 3국 방문은 자원 확보 등을 위해 아프리카 지역을 중시해 온 기존 외교방침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경제적 성과도 노리고 있다. 2006년부터 7년을 끌어 온 시베리아 천연가스 공급가격 협상 타결 여부가 주목된다. 신화사 세계문제연구센터 완청차이(萬成才) 연구원은 “시 주석의 첫 순방지가 러시아로 정해진 것은 향후 중·러 관계 강화가 중국 대외정책의 최우선 방향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정치는 뜨겁고 경제는 차가웠던 관계도 이번 순방을 기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3-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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