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대법원 ‘동성간 결혼 금지’ 위헌 여부 심리 돌입
미국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 합법화 여부에 관한 심리를 시작한 가운데 존 로버츠(58) 대법원장의 선택이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의 사촌이 동성애자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그의 개인적 가족 관계가 과연 미국의 역사를 바꿔놓을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진 포드러스키
무료로 나눠주는 방청권을 얻어 이 같은 역사적 재판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워싱턴의 대법원 청사 앞에는 지난 21일부터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는 장관이 펼쳐졌다. 90석에 불과한 일반 방청석 ‘입장권 암표’가 무려 6000달러(약 66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귀한 방청석에 앉은 사람 중에는 대법원장의 열살 터울 사촌 여동생 진 포드러스키(48)도 포함돼 있다고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포드러스키는 전날 ‘전국 레즈비언 권리 협회’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재판을 주재하는 내 사촌이 미국 사회가 동성 커플들의 인권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만큼 현명하리라 확신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여자친구와 결혼할 수 있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보수적인 가톨릭 집안 출신이라는 점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에 부정적일 것이란 시각이 있다. 반면 비교적 늦은 나이(41세)에 결혼,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두 자녀를 입양했다는 점에서 동성 결혼에 유연한 입장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성 결혼의 법률적 쟁점 가운데 하나가 ‘출산 능력’이기 때문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대법원(대법원장 포함 9명 대법관)이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 케어)에 대해 5대4로 합헌 판결을 내릴 때 막판에 ‘합헌 의견’을 던져 결정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바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03-27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