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정부 “자본 통제” 민간은 “금 모으기”

키프로스 정부 “자본 통제” 민간은 “금 모으기”

입력 2013-03-29 00:00
수정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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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재개… 대량인출에 대비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키프로스 정부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은행 영업을 재개하면서 국외 송금 금지 등 강도 높은 자본통제 방안을 내놓았다. 종교계를 중심으로는 소액 모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키프로스판 금 모으기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키프로스 정부는 은행 영업 재개에 앞서 무역 대금 결제를 제외한 모든 국외 송금을 금지하고, 해외여행시 소지할 수 있는 현금을 1회 3000유로(약 428만원)로 축소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은행 인출 한도를 하루 300유로로 제한하는 등 강력한 자본통제 규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자본통제를 시행하기는 EU 창설 이래 처음으로,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등의 통제 불능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키프로스의 이 같은 조치는 특히 키프로스 전체 예금의 30%인 200억 유로를 보유한 러시아 예금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키프로스 2위 은행 청산으로 예금의 40%까지 손실을 입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DPA통신은 키프로스 은행에 거액을 예금한 러시아 갑부들이 공항으로 몰려 키프로스행 비행기표 품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러시아 기업은 키프로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키프로스 국민들이 종교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키프로스 정교회 크리소스토모스 2세 대주교가 최근 국민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며 정교회 재산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밝힌 뒤 국민들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십시일반 모금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통제 조치에 항의하는 예금자들의 시위도 이어져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키프로스발 악재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정국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면서 키프로스발 불안이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2013-03-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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