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범죄행위” 비난…반이슬람 정서 악화 우려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측면서도 일제히 성토
세계 각국 정부와 지도자, 그리고 언론·시민단체들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주간지 사무실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를 일제히 규탄했다.이런 극단 행위를 경계하는 이슬람 세력들도 전례 없는 범죄 행위를 성토하며 반(反)이슬람 정서 악화를 우려했다.
언론사에 가해진 잔혹한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골간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힐난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 충격에 휩싸인 프랑스 = 프랑스 국민은 경악을 금하지 못한 채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충격은 컸다.
올랑드 대통령은 “보기 드문 야만행위”라며 철저한 사건 대처를 지시했고,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범행자가 3명이라고 확인하고 “야만적 범행을 저지른 이들을 잡도록 모든 조처를 했다”고 전했다.
공격당한 언론사인 샤를리 엡도의 편집인은 “어떻게 중화기로 언론사를 공격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 세계 지도자들, 규탄하며 대응 공조 의지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 신년회에서 “정당화될 수 없는 무자비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 총장은 “이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초석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도 지적하고 “전 세계가 단결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주춧돌이며, 종교나 인종 또는 다른 이유로 사회를 분열하려는 이런 사람들의 의도가 성공을 거두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에 이미 외국인 혐오증과 반(反) 난민 감정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이런 끔찍하고 계산된 테러 행위가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자들에게 악용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에 대한 공포스런 테러”라며 “행정부에 프랑스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정의에 심판대에 세우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랑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독일 국민을 대신해 프랑스 정부와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주의 골간인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은 프랑스 국민과 함께 모든 종류의 테러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함께한다”면서 연대 의지를 표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냉전’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테러 퇴치에 적극적으로 공조해 나갈 준비가 돼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고 가세했다.
또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등 서방 지도자들은 ‘야만적’이라거나 ‘비열한’ 등과 같은 용어로 테러를 맹비난했다.
시모네타 소마루가 스위스 대통령은 “이번 테러는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며 프랑스 정부와 국민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인간성을 상실한 이런 야만적인 행동은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언론 자유를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 언론단체·이슬람 등 종교계도 위기의식 표명 = 국제 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유럽의 중심에서 표현의 자유에 뻔뻔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비판했고, 국경없는기자회는 프랑스 언론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black day)이라고 규탄했다.
스위스의 프랑스어 사용권 편집인 모임인 ‘메디아 스위스’는 이날을 ‘블랙 데이’로 규정하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런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이와 관련된 사람과 지지자들을 반드시 체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로 베네데티니 바티칸 부대변인은 인간의 목숨과 언론의 자유를 모두 공격한 매우 끔찍한 사건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테러를 규탄하는 성명을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이슬람신자협회는 성명에서 “이 야만적 행위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도 공격했다”고 비난했으며 아랍연맹과 이슬람계 단체들도 “이는 범죄행위로 이슬람은 어떤 폭력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외무장관은 “우리는 유럽에서 확산하는 인종차별과 이슬람혐오 등과 싸워야 하며 어떤 형태의 테러에 대해서도 싸워야 한다”면서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로서 이슬람과 테러리즘을 연관 짓는 접근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 반이슬람 기류 확산·테러 전이 경계 = 반이슬람 단체(페기다) 주도의 월요시위가 확산하는 독일은 내심 이번 테러로 그러한 이민자 혐오 기운이 더 번지지나 않을까 봐 경계하는 모습이다.
독일 유력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 5일 드레스덴 1만 8천 명을 비롯해 독일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반이슬람 집회가 열려 모두 1만 9천여 명이 함께했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같은 날 마련한 집회에는 4만 8천여 명이 참석해 적어도 숫자 면에서는 반이슬람 세력을 압도했지만, 반이슬람 풍조는 이민자가 급증하는 독일 내에서 이미 주요 화두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아예 테러 사건 직후 최고 경계령을 내리고 렌치 총리와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이 대책을 협의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알파노 장관은 대테러 정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반테러 전략분석위원회를 소집해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행위와 유사한 테러 위협이 이탈리아에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인 안사는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회의 결과에 따라 로마 등 수도권 주요 테러 목표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신문과 방송 등의 본사에 각별한 관심을 두도록 했다고 한 정보 전문가는 전했다. 그러나 최고 경계령이 내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 지침 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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