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육군사령관, 인터뷰서 “중국 카운터파트들과 논의
북한문제를 주제로 한 미·중간 대화의 폭이 확대되어가는 양상이다.10일(현지시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빈센트 브룩스 미국 태평양 육군사령관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의 자체 블로그인 ‘혼돈속의 질서’(Order from Chao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문제에 대해 중국측 카운터파트들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은 외교·국방부간 전략대화 차원에서 북한문제를 동북아지역 의제의 하나로 다루고 있지만 군 당국간 대화에서 북한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육군 대장인 브룩스 사령관은 이어 거듭된 질문에 “지난 몇주전 베이징(北京)과 하이난((海南)에서 북한문제를 논의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는 브룩스 사령관이 지난 1월21일부터 24일 베이징에서 인민해방군 고위층을 만나고 하이난 지역에서 미·중 재난대응 협력 회의에 참석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브룩스 사령관은 “우리는 항상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있다”면서 한·미 연합방위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북한문제를 놓고 역내 국가 및 우방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브룩스 사령관은 “우리는 이미 중국과 북한문제에 대해 대화했으며 일본, 한국과도 당연히 논의했다”며 “북한의 행동은 도발적이며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다른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 기술의 수준과 확산 능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현시점에서 미·중 군 당국이 북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더라도 깊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일반론적 차원에서 머물렀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북한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반기지 않는데다 북한 정권의 지속가능성이나 비상 또는 급변사태와 관련한 논의는 더더욱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2009년 중국과 북한 급변사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차태 차관보는 지난해 2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변죽만 울리고 주변부만 맴돌 뿐이었고 북한문제와 관련해 전면적이고 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5월 당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중국 정부와 모든 종류의 북한 비상사태(all kinds of contingencies)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더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외교·국방부 차원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층위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시도하고 있는 대목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브룩스 사령관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육군 대화’를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국방전문지인 디펜스뉴스가 지난 6일자로 보도한 바 있다. 브룩스 사령관이 이끄는 태평양 육군사령부는 하와이에 본부를 둔 아시아·태평양 사령부 소속으로 미국과 역내 8만 명의 육군 병력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주 브룩스 사령관과 워싱턴 전문가들가의 대화에 참여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미국과 중국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선택지를 좁히기 위한 방편으로 제재와 압력을 유지할 필요성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선임연구원은 이어 “중국은 미국이 대화와 협상에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하도록 독려했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급변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급변사태와 관련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유사시 북한문제의 향방을 좌우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을 주제로 한 양국의 논의 동향을 보다 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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