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한일관계,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

미 전문가들 “한일관계,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

입력 2015-03-14 02:38
수정 2015-03-14 02: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AEI 한일관계 토론회서 더 적극적인 미국 중재 촉구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5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최근 내리막길을 걷는 듯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이 좀 더 나서야 한다고 미국의 동아시아문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한일관계 문제 토론회에서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더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안보 문제를 담당했던 리처드 로리스 전 부차관보도 지금의 한일 관계에 대해 “강제적이고 지속적인 제3자의 개입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행동에 나설 능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최근 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관련 사안을 놓고 일본 정부가 ‘역사 수정주의’로 불릴 정도로 퇴행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주로 ‘다른 나라들 사이의 일을 중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온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캠벨 전 차관보는 “우리가 더 개입한다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미국에) 있지만, 지금보다 얼마나 더 상황이 나빠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국 역할론’을 폈다.

로리스 전 부차관보는 “우리가 만약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계속 절뚝거리고 덜컹거리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미국 역할론’을 편 이유는 바로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캠벨 전 차관보는 “미국이 가시적으로 (한일 문제에) 관여하고 이 균열을 고치는 게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권 소식통들은 최근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펴는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문제나 중동 문제에도 안보 역량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 악화에 대해 우려와 불만을 표시해 왔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달 27일 한 세미나에서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발언한 것은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미국이 일본보다는 한국에 더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돼 왔다.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실행될 만한 일들도 제안했다.

”외교나 군사적 수단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단언한 캠벨 전 차관보는 “정치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 누군가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미국)의 공적인 요구 사항을 표현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로리스 전 부차관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 한국에서 광복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념되고 여기(미국)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리는데 그때 어떤 메시지가 나오는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일 관계 악화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당부도 있었다.

로리스 전 부차관보는 “두 나라(한국과 일본) 사이의 분쟁을 이제는 극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함께 토론에 참석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한국과 일본 없이 아시아 중시 정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애도기간 중 연예인들의 SNS 활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승객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습니다. 해당기간에 자신의 SNS에 근황사진 등을 올린 일부 연예인들이 애도기간에 맞지 않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대중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애도기간에 이런 행동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고 애도를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