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만∼180만 명 참가 추산…1980년대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정부, 긴급회견 “국민과 언제든 대화할 준비 돼 있어”
브라질에서 15일(현지시간) 정치권의 비리 척결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자유브라질운동’(MBL)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이날 시위는 수도 브라질리아와 전국 26개 주(州)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경찰은 시위 참가 인원이 전국적으로 170만∼1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상파울루에서는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에 100만 명 가까이 참가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 때문에 시내 주요 도로의 차량통행이 한동안 완전히 중단됐다.
현지 언론은 미국 뉴욕과 보스턴,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영국 런던 등 외국에 사는 브라질인들도 소규모로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에 직접 참가하지 못한 주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날 시위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인 ‘지레타스 자’(Diretas ja·’지금 당장 직접선거를’이라는 뜻)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끌어낸 ‘지레타스 자’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민운동으로 일컬어진다.
시위대는 대형 브라질 국기를 앞세운 채 비리 척결과 대통령 탄핵 외에 노동자당(PT) 정권 퇴진, 정치 개혁, 언론자유 보장 등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했다.
과격·폭력 시위에 대비해 경찰이 시위 현장에 대량 투입됐고, 상파울루 시내에서 사제 폭발물을 갖고 있던 청년들이 연행된 것을 빼고는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시위 현장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가 터져 나왔으나, 정작 정치권에서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며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친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은 노동자당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며 탄핵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이날 시위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자 지난 2013년과 같은 국민저항운동을 촉발하는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13년 6월 대중교통요금 인상 반대에서 시작한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부패·비리 척결과 공공 서비스 개선, 복지·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으로 번졌다. 당시 시위로 호세프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30%대까지 추락했다.
주제 에두아르두 카르도주 법무장관과 미게우 호세투 대통령실장은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리 척결 노력과 비리 연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약속했다.
카르도주 장관은 “시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면서 “정부는 언제든 국민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반대 의견에도 귀를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3일에는 노동자당과 가까운 중앙노동자연맹(CUT)과 빈농단체 ‘토지 없는 농민운동’(MST), 최대 규모 학생조직인 전국학생연합(UNE) 등이 주도한 친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친정부 시위에는 전국 24개 주에서 12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부패·비리와 신자유주의, 보수 성향의 미디어를 비난하는 구호가 등장했다. 정부 전복을 노리는 쿠데타 시도에 반대한다는 구호도 나왔다. 시위대는 현 정부의 긴축·증세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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