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10문 10답’…디폴트後 유로존 잔존 가능성

그리스 위기 ‘10문 10답’…디폴트後 유로존 잔존 가능성

입력 2015-04-21 10:35
수정 2015-04-21 10: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과 관련한 유로존과 그리스와의 협상에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치킨 게임’ 양상에 돌입해 순조로운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협상을 둘러싼 쟁점, 그렉시트 가능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10문 10답’으로 정리했다.

-- 채권단-그리스 대립 쟁점은

▲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와 연금, 민영화, 노동 관계법,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4대 쟁점에서 대립하고 있다. 특히 채권단과 그리스가 갈등을 빚는 부문이 노동시장과 연금이다. 지난 8~9일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 채권단은 그리스가 연금 삭감이나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자구 노력이 빠진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고 실망을 표시하기도 했다. 채권단이 강하게 요구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연금 개혁에 대해 그리스는 노동시장 보호, 기초 연금 확대로 맞서고 있다. 그리스가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에는 탈세 척결, 고가 사치품에 대한 세금 인상, 건별 자산 매각 검토, 부가세(VAT) 세수 증대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재정적자 축소안 중 하나인 부가세의 경우, 채권단은 그리스가 19%대의 부가세율을 23%로 인상하기로 했다. 집권 시리자당은 당초 부가세를 15∼16%로 낮춰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리스는 더불어 연금생활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의 재도입, 최저 임금의 점진적 인상, 현 공무원수 유지도 포함했다. 채권단은 임금을 중심으로 한 노동법과 연금제도 개혁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영화의 경우 정부 소유 도박장(OPAP), 헬레닉 포스트뱅크, 공항 운영회사와 헬레닉 텔레콤 민영화하고 아테네 워터, 헬레닉 페트롤리엄, PPC 전기공사, ATE앵크와 공항, 항구, 지방정부 토지와 광산권 등을 매각하는 것이다.

-- 그리스가 채권단 개혁안을 거부하는 이유는

▲ 국제 채권단은 그리스에 강력한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가 개혁 의지를 보인다면 채권단은 낮은 금리의 구제금융 자금 제공 등의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면, 지난 1월 출범한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는 선거 당시 공약 중 공무원 고용 확대와 민영화 중단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긴축 반대를 기치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시리자당이 쉽게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공약 중에는 또 부동산세를 환급해주겠다는 내용도 있다. 시리자 집권 가능성을 믿고 세금을 내지 않은 유권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출범 3개월 째인 집권당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폴트에 직면, 유로존에서 탈퇴하게 되면 다른 회원국들의 연쇄적인 이탈로 유로존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IMF가 빌려준 돈도 갚을 수 없다고 위협도 하는 벼랑끝 카드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리스는 5월 1일 2억 300만 유로, 5월 12일 7억 7000만 유로, 6월 중 16억 유로를 IMF에 상환해야 한다.

-- 협상 시한은 어떻게 되나

▲ 그리스와 채권단은 올해 2월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넉달 간 구제금융을 연장하면서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을 토대로 구제금융 지원조건 실사를 4월 말까지 마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개혁안에 채권단이 긴축 조치 추가방안을 요구하고 그리스가 강력 반발하면서 이달 24일로 예정된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직 마지막 지원금 72억유로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2월에 합의한 실사 시한(4월 말)을 연장하거나 실사단이 이달 30일까지 실사를 마치고 5월 11일에 열릴 유로그룹 회의에서 분할금과 ECB의 국채매입프로그램(SMP) 이익금 지급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 등은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 “내달 중순에는 재정의 현금 고갈이 예상됨에 따라 5월 12일 전에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4·24 유로회의는 6월 말로 예정된 새로운 협상을 체결할 때까지 임시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가교’ 협상이어서 이달 결렬되더라도 ‘6월 말까지 재협상 기한’이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어떤 것이 있나

▲ 협상 타결, 협상 장기화, 디폴트 발생·유로존 잔류, 디폴트 발생·유로존 탈퇴 등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오는 5월 대규모 부채 만기 이전에 협상이 타결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양측이 4월 유로그룹 회의에서 잠정 합의를 도출하고 6월 말 최종적인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경우다.

둘째, 협상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 유로그룹 회의에서 잠정 합의에는 실패해도 협상 진행은 계속될 수 있다. 이 경우 채권단의 유동성 공급은 이어져 디폴트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셋째, 4월 협상이 불발로 끝나 5월 이후 유동성 부족으로 디폴트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그리스가 일시적인 디폴트에 빠지지만 채권단과의 협상이 이어지면서 유로존에 남는 경우도 시나리오중의 하나다.

넷째, 디폴트 발생 이후 그렉시트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있다. 유동성 경색으로 디폴트를 선언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오면서 새로운 화폐 체계를 도입하는 시나리오다.

첫째 시나리오는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모두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넷째 시나리오는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렉시트를 기피하고 있어 역시 그 가능성이 적다.

이 때문에 디폴트는 발생하지만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둘째 시나리오와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셋째 시나리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 디폴트가 나면 그리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 그리스가 최종적으로 디폴트 상태에서 빠지면 먼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중단된다. 구제금융과 별개인 ELA는 시중 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을 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각국 중앙은행이 ECB의 승인을 받아 공급하는 것으로 ECB가 평소 적용하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그리스에서 예금 인출이 급격히 늘어나 대출기관들이 긴급 자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자 ECB는 그동안 꾸준히 ELA 상한선을 확대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긴급자원 중단과 함께 그리스 은행과 기업의 폐쇄도 예상된다. 은행과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과 유동성 압박으로 은행, 기업들의 연쇄적인 부도가 나타날 공산도 매우 크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에도 나선다. 그리스 경제를 보호하려고 단기 투기성 자본들의 유출입을 규제하는 것이다.

-- 디폴트 시 유럽에 미치는 영향은

▲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일어나도 다른 유럽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적완화 덕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재정취약 국가들의 경제 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은행들의 대(對) 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42억달러(36조9천억원)로 2010년 말(1천284억달러·138조7천억원)의 26%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리스의 국가 부도로 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이유다. 채권단이 간소화됐다는 점도 위기 전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2012년 위기 당시에는 다국적 보험기관과 은행권 등 다수 채권자가 있었지만 현재 그리스의 경우 채무의 80% 상당을 IMF·EU·ECB 등 ‘트로이카’가 가지고 있다.

-- 그리스 부도 때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 일시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디폴트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위험 경계심이 낮았던 만큼 금융시장은 불안해질 수 있다. 그리스 위기는 선진국보다 대외채무가 많은 신흥국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리스 악재가 금융시장의 패닉을 초래할 정도의 재료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ECB와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펴는 양적완화 정책이 그리스발(發)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은 최근 위기대응기금(CRA) 설치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는 등 유사시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 그리스 사태가 선진시장보다 신흥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도 소나기를 피해갈 수 없다. 그리스 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시장에서도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에 유입한 외국계 자금 가운데 유럽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럽 자금의 유출에 따른 변동성 확대도 우려된다. 다만, 다른 신흥국과는 비교해 한국의 경제 체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 충격의 강도는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공공부채 관리가 나아졌고 세계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취약성이 줄어든 점을 반영해 신용등급(Aa3) 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또 한국은 그리스에 대한 직접적 익스포저가 낮은 편이어서 단기적 불확실성이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EU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원할까

▲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언론들은 독일 정부가 디폴트 상황에도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기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이어 유로존을 이탈하는 것은 EU에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전례없는 영역에 진입하는 만큼 그렉시트에 따른 여파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만일 위기가 촉발된다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통합정신에 금이 가는 것도 문제다. 그렉시트로 유로존 내 반(反) 긴축, 반 유로화 정서가 퍼져 그리스에 이은 후속 탈퇴국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화 결속력 약화,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 증가 등 부정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그렉시트가 일어난다면 다른 유럽국가들의 도미노식 탈퇴 이어질까

▲ 그리스가 자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할 우려는 줄어들었지만 채무 상환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유로존을 나가는 그렉시던트(Grexident)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과거와 비교해 채권단이 간소화된데다 현재 유로존의 양적완화와 ESM(유럽안정화기구) 작동 등 강력한 방어 기제 덕분에 2012년과 같이 유로존 전역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양적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금리가 크게 인상되기 어렵고 인상되더라도 시장에 대한 충격은 크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이들 국가의 주가도 안정적인 상황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는 그리스만의 문제이지 남유럽 국가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다른 유럽국가의 도미노식 탈퇴는 가능성이 작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애도기간 중 연예인들의 SNS 활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승객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습니다. 해당기간에 자신의 SNS에 근황사진 등을 올린 일부 연예인들이 애도기간에 맞지 않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대중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애도기간에 이런 행동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고 애도를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