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중산층 어려움 간과했다” 이례적 사과

교황 “중산층 어려움 간과했다” 이례적 사과

입력 2015-07-14 11:28
수정 2015-07-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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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에는 “점점 더 많은 돈 빌리는 것, 지속가능하지 않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산층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내 실수”라며 이례적으로 사과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은 남미 3개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로마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왜 ‘땀 흘려 일해 세금을 내는’ 중산층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발언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맞다”고 인정하며 이 같이 답했다.

교황은 이어 “세계가 양극화되며 중산층이 줄고 있다. 빈부 양극화가 커졌다. 아마도 이 때문에 내가 중산층의 문제에 대해 많이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교황의 이런 발언이 오는 9월 첫 미국 공식 방문을 앞두고 미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교황이 자본주의에 대해 쏟아낸 비판이나 지구온난화 경고를 미국인의 삶을 공격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여론도 있어 교황이 이를 달래고자 했다는 것이다.

앞서 교황은 지난 9일 볼리비아를 방문해 자본주의 문제점으로 ‘금전 숭배’와 ‘경제 독재’를 언급했고 돈을 향한 무절제한 탐욕을 ‘악마의 배설물’로 비유하며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나는 경제 정책을 주교, 추기경, 교황으로부터 얻지 않는다”며 교황이 경제 발전과 기후 변화를 연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미국 내에서 일부 비판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이러한 비판을 자세히 살펴볼 시간은 없었지만 모든 비판은 받아들여져야 하며 그에 대한 연구와 대화도 수반돼야 한다”며 비판적 시각을 가진 미국인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교황은 그리스 위기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 위기의 책임이 한쪽에만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러나 “늘어나는 채무를 갚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빌리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찾길 바란다”며 “대출과 부채의 길은 끝이 없어서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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