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나쁜 협상’…오바마-의회 거부권 대결 가능성도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사이의 핵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 협정문의 의회 통과가 그동안의 협상보다 더 험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다수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이란 핵협상을 ‘나쁜 협상’이라고 부르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 타결 이후 5일 이내에 협정문을 상·하 양원 지도부와 관련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이란 핵협상에 대한 의회에서의 후속절차가 시작된다.
지난 10일 이전에 협상을 타결하고 협정문을 의회로 보냈다면 의회에서의 검토 기간은 30일이었지만, 이날 타결됐기 때문에 검토 기간은 60일이다.
이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이란 제재를 유예하거나 경감하기 위한 행정부 차원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검토 기간에 의회에서 아무런 결의안을 내지 않으면 오바마 대통령은 검토 기간이 끝나고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의회가 만약 협상 승인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도 그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90일마다 이란이 합의에 따른 이행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의회에 입증해야 한다.
의회가 핵협상 거부 결의안을 채택하면 검토 기간은 그때부터 12일 더 연장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검토 기간은 그때부터 다시 10일 더 연장된다.
미국 정치권 소식통들은 핵협상 결과에 대해 의회에서 거부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번 핵협상의 가장 큰 틀은 ‘이란에서 무기용 우라늄을 농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약 3개월에서 1년 가량으로 늦춘다’는 점이지만, 이런 틀로는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의원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벤 카딘(민주·메릴랜드) 상원 외교위원회 야당 간사는 최근 CNN에 출연해 협정문 검토 기간이 “60일까지는 아니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의회의 역할은 (협상의) 단순 검토뿐 아니라 실행”이라고 말했다.
카딘 의원은 이란이 협상 내용을 제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나쁜 협상은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도 말했다.
이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이번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음을 뜻하는 말로 풀이됐다.
공화당을 이끄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전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들을 볼 때 (오바마) 정부는 자신들이 설정한 거의 모든 가이드라인으로부터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베이너 의장은 “나는 나쁜 협상을 원하지 않으며, 나쁜 협상보다는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핵협상을 의회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정치권 소식통들은 예상하고 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의회에서는 상원 67표, 하원 290표 이상의 추가 의결로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현재 공화당 소속 의원은 하원에서 246명, 상원에서 54명이어서 민주당에서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세력을 모은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무력화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특히 상원에서는 로버트 메넨데스(뉴저지)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의 친이스라엘 성향 의원 14명이 최근 공개적으로 핵협상 반대 의사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핵협상에 반대하고 이들 14명 민주당 의원들도 끝까지 반대 의사를 고수한다면 상원에서는 핵협상이 통과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나 동성결혼 합법화 같은 최근의 정치적 승리에 찬물을 끼얹는 외교 분야에서의 실패 사례가 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60일간의 검토 기간에 ‘이번 협상이 무력을 쓰지 않고 이란 핵개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홍보하려 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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