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위안부 피해자·일본군 증언에도 극우인사 목소리 커져”
패전 70주년을 앞둔 일본에서 역사수정주의적 시각이 주류로 점차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전쟁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BBC는 제2차대전 당시 일본의 만행을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가 득세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패전국의 역사’를 배우고 한국·중국에 계속 사과해야하는 상황에 반감을 느끼는 젊은층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BBC는 지난해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선전한 극우인사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격)이 그 단적인 예라고 소개했다.
다모가미씨는 ‘일본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침략한 것이 아니라 서양 제국주의자들의 억압에서 해방시켰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항공막료장 재직 중인 2008년 외부 공모에 제출한 논문에서 일본의 침략역사를 부정한 사실이 드러나 제복을 벗은 그는 지난해 2월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20∼30대 연령대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득표율 4위에 올라 주목받았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패전국인 일본은 승전국의 시각에서 본 역사를 강요당했다”면서 ‘진짜 일본 역사’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격자 증언이 없다’며 난징 대학살은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한 다모가미씨는 한국 여성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는 한층 격앙된 목소리로 “또다른 날조”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강제동원이 사실이라면 그 많은 한국 여성을 끌고 가는데 필요한 군인은 대체 얼마나 필요했다는 것인가. 한국 남성은 그걸 그냥 구경만 하는 겁쟁이인가”라고 반문했다.
BBC는 이같은 수정주의 시각이 일본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나 참전 일본인 등은 정반대의 증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출신으로 14세 때부터 가정부 일을 하다가 위안부로 끌려간 이옥선(88) 할머니는 “길거리를 지나다 납치돼 기차에 태워졌고, 만주에서 위안부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위안부로 3년을 보낸 이옥선 할머니는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끌려와 죽도록 맞았다면서 “강제로 끌려갔는데 왜 우리를 ‘위안부’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일본군 위생병으로 참전한 목사 마쓰모토 마사요시(93)씨는 중국 북서부에서 근무할 당시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부녀자 사냥’을 목격했다고 증언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과거사 부정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면 미래에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게 된다”면서 “아베 총리는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지우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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