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미국 영화관 총기사건…금속탐지기 설치 탄력받나

잇단 미국 영화관 총기사건…금속탐지기 설치 탄력받나

입력 2015-08-07 09:10
수정 2015-08-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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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서 10년간 여덟 번, 최근 2주간 두 번 총격사건

최근 미국에서 2주 사이에 두 번이나 영화관 총기 사건이 벌어짐에 따라 극장 출입문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해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의 외곽 도시인 앤티오크의 한 영화관에서 5일(현지시간) 20대 남성이 모형 권총을 들고 도끼를 휘두르며 관객을 공격하다가 경찰에 사살됐다.

이 남성은 영화관을 폭파하려는 의도로 프로판 가스통과 라이터 기름, 라이터를 소지했으나 가스통이 손상돼 무위에 그쳤다고 내슈빌 경찰은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루이지애나 주 라파예트의 영화관에서 한 백인 남성이 총으로 2명을 살해하고 9명을 다치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사건의 용의자 모두 정신질환을 앓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용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정확한 범행 동기를 캐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관이 총기 등의 폭력에 노출된 것은 올해부터가 아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미국 내 영화관에서 모두 8번의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는 플로리다 탬파의 영화관에서 한 남성이 앞좌석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한 쌍의 연인과 말다툼을 벌이다 총을 쏴 1명이 숨졌다.

2006년 6월에는 메릴랜드 주의 한 극장에서 총격사건으로 1명이 숨졌고, 2008년 12월에는 참전 군인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관객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콜로라도 주의 영화관에서 영화 속 악당 ‘조커’를 흉내 내며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살해하고 70명을 다치게 한 제임스 홈스에 대한 재판이 최근 맞물리면서 영화관 안전 문제가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시급한 문제가 됐다.

원하는 영화를 보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유 없이 공격하는 ‘묻지마’ 테러가 증가하면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여론 조사 기관인 C4가 라파예트 사건 직후인 7월 28∼29일 관객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응답자의 33%는 영화관이 관객의 가방, 지갑에 총기류가 없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34%는 영화관 출입문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무장 경비 요원도 배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루이지애나 지역 언론인 놀라 닷컴이 홈페이지에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2%가 반드시 영화관 출입문 전 지역에 금속탐지기를 세워야 한다고 택했다.

이런 여론을 발판 삼아 뉴욕 주 상원의원인 토니 아벨라는 영화관, 쇼핑몰, 운동 시설 등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 무조건 금속탐지기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을 보면, 현재 미국 전역에 있는 5천 개 영화관 중 금속 탐지기를 설치한 곳은 50개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도 금속탐지기 설치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법제화한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와 뉴욕 주 밸리스트림 쪽에 몰려 있다.

사실상 미국 영화관이 ‘묻지마’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영화관이 보안 강화에 무관심한 이유는 비용 탓이다. 금속 탐지기 1대 가격은 5천 달러에 불과하나, 이를 운용할 전문 검색 요원과 무장 경비 요원을 고용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안 전문가인 마이클 돈의 분석을 인용해 소개한 것을 보면, 지금보다 한층 강화한 보안 검색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영화관은 한 해 2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형식상 금속탐지기를 사들이더라도 이를 운용할 전문 보안 요원을 고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그칠 공산이 짙다.

극장주들은 빈발하는 총기 문제를 통제할 총기 규제법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 강화의 책임을 영화관에만 돌리는 현실을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미국극장주협회가 금속탐지기 설치 요구에도 침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관이 자체 안전 강화를 위해 거액을 지출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가되는 것도 소비자 처지에서는 달갑지 않다.

C4의 조사에서 영화관이 안전 강화에 따라 표 값을 3달러가량 올릴 때 이를 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3%에 불과했다.

안전을 크게 걱정하면서도 더 많은 돈을 내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화 한 편 보자고 금속탐지기 통과를 위해 줄을 길게 서야 하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관객도 많다.

금속탐지기를 출입문 전 지역에 설치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콜로라도 주 사건의 주범 홈스는 뒤쪽에 있는 비상구로 들어와 총을 난사했다.

콜로라도 주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은 안전 소홀의 책임을 물어 영화관인 시네마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016년 7월 개시될 이 민사재판의 결과가 영화관 안전 지침의 새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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