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악몽’ 中 엄마들, ‘닥치는대로’ 호주 분유 구입

‘멜라민 악몽’ 中 엄마들, ‘닥치는대로’ 호주 분유 구입

입력 2015-11-14 14:54
수정 2015-11-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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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분유에 깊은 불신을 가진 중국의 엄마들이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는 호주 분유를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엄마들은 2008년 독성물질 멜라민이 든 분유를 먹어 아이 10여명이 숨지고 수만 명이 입원하는 소위 ‘멜라민 파동’을 겪은 뒤 자국 분유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호주산 분유 구하기에 갖은 방법을 쓰고 있다.

반면, 호주에서는 아이 엄마들이 중국 수요 급증으로 품귀 현상을 빚는 분유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에 사는 아이 엄마 첸 리는 2개월마다 호주 멜버른의 친구로부터 호주 유기농 분야 6통을 받고 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14일 전했다.

첸은 운송비 등을 포함해 분유 1통당 호주 소매값의 배가 넘는 55 호주달러(4만6천원)를 내지만 이렇게라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첸은 중국사람들이 분유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면서 치르는 호주 엄마들의 고통을 듣고 있다며 호주 분유를 받는 게 “옳은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첸은 “우리는 중국제 분유를 신뢰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국 엄마 첸 지아는 지난달 호주에서 중국으로 귀국하면서 별도의 3개의 여행가방에 모두 18통의 분유를 갖고 들어왔다.

그녀는 “(중국 아이엄마들) 모두가 하는 일”이라며 공식적으로는 분유 2통만을 들여올 수 있지만, 세관검사에 걸리는 일은 없다고 일간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에 말했다.

그녀는 중국 내 온라인 상점에서 호주산 분유를 살 수도 있으나 그 제품들이 진짜인지를 믿을 수 없다며 중국산 제품에 강한 불신을 보였다.

또 중국 엄마들은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이 호주 등 해외를 방문하고 돌아올 때는 분유를 사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 행사 개시 직후 해외제품 판매순위 1~3위를 분유 제품이 독차지하기도 했다.

호주에 아는 사람이 없는 아이 엄마들은 이 나라에 거주하는 이민자나 유학생으로부터 온라인을 통해 분유를 사고 있다. 항공 운송료나 판매자 수익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싼 값이지만 이런 거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벨라미스 오스트레일리아’(Bellamy's Australia)사의 유기농 분유는 호주 내에서 팔리는 물량의 최대 40%가 온라인 거래를 통해 중국에서 재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품귀 현상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호주 엄마들은 소비자단체들과 손잡고 호주 정부에 개입을 촉구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호주 정부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곤혹스러운 처지다.

한편 벨라미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상장 당시 1억 호주달러(830억원) 정도였지만 중국 시장에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매출과 수익이 급증, 현재 9억 호주달러(7천500억원)로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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