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 참사, 점점 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아
2015년 마감을 약 한 달 남긴 3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에서 올해 일어난 총기 난사 건수가 지난해 연간 건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미국 NBC 방송이 총기 난사 사건을 추적하는 슈팅트래커닷컴의 자료를 인용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버나디노 시에서 발생한 참사를 포함해 올해 총기 관련 사건이 353차례나 일어났다.
1년을 365일로 볼 때 336일간 벌어진 것으로 하루 평균 1건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총 336건이 발생했다.
지금 추세라면 최근 가장 많았던 2013년의 363건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 사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총기 참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정치권이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발생 건수가 올해 유독 증가한 것이다.
슈팅트래커닷컴은 4명 이상이 총격에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건을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규정한다.
지난주에만 콜로라도 낙태 진료소 습격을 비롯해 6건의 총기 난사가 벌어지는 등 올해 하루에만 총기 난사 사건이 4건 이상 벌어진 날이 20일이나 된다.
2012년 12월 14일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아동 20명과 교직원 6명이 사망한 이래 참사로 기록될만한 사건이 올해 유독 눈에 띈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청년의 무차별 총격에 흑인 9명이 사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참사, 오리건 주 로즈버그에서 다중을 향해 총알을 퍼부은 20대 남성에게 10명이 목숨을 잃은 엄프콰 칼리지 사건이 그것이다.
2일 샌버나디노 시의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동료와 논쟁을 벌인 뒤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하고서 경찰에 사살된 사이드 R 파룩(28)과 그의 아내 타시핀 말리크(27)는 올해 참사의 정점을 찍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오리건 주 참사가 각각 흑인,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라면 이번 샌버나디노 참사는 숨진 용의자들이 독실한 무슬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테러 연계 가능성이 있다고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 따른 미국 내 위기감의 고조와 확산하는 반무슬림 분위기, 지난해 백인 경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의 연쇄 살해 사건으로 첨예해진 경찰과 시민의 갈등 등으로 미국 사회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화약고로 돌변했다.
총기 참사가 빈발할수록 총기는 불티나게 팔린다.
NBC 방송은 현재 미국에서 유통되는 총기류가 3억 정에 달한다며 인구(약 3억2천 명)를 고려하면 보유 수가 1인당 1정꼴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천만 명이 총기를 소유하지 않는다고 신고한 것을 보면, 2개 이상의 총기를 복수로 소유한 이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제테러리즘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이래 총기 사고로 사망한 이들이 테러 공격에 희생된 이들보다 50배나 많다. 갑론을박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총기 참사는 점점 더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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