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 각료회의로 도하라운드 사실상 사망?

나이로비 각료회의로 도하라운드 사실상 사망?

입력 2015-12-21 11:06
수정 2015-12-21 11: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FT, “WTO 협상 체제 전환의 계기 마련”

지난 1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막을 내린 제10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농업수출 보조 철폐 등 획기적 주요 성과를 거뒀지만 그동안 WTO 협상의 근간이 돼온 도하라운드(DDA) 체제에 대한 한계를 다시금 노출함으로써 사실상 회원국들이 DDA를 포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야심차게 출범했던 DDA가 지난 14년간 회원국간 이견으로 지지부진 상태를 겪어 온데다 기술 분야(IT) 등 근래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 속에 더 이상 효율적인 무역자유화 협상방식이 돼지 못한다는 선진국들의 입장이 확고한 탓이다.

이번 나이로비 회의는 기존 DDA의 협상 지침(mandate)에 대한 회원국들의 이견이 여전하고, 한편에서 지금까지 협상 의제로 오르지 않았던 새로운 사안들에 대한 논의와 소규모 무역패키지들에 치중하는 계기가 마련됨으로써 WTO 협상 체제에 대한 전환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각료회의 최종 선언은 회원국들간의 이견을 공식화하고 있다. 상당수 회원국들이 DDA 타결에 대한 이행 공약을 재확인했으나 여타 회원국들은 다자협상의 의미있는 성과 도출을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믿음하에 DDA 지침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고위 무역관리를 인용, 이같은 분위기가 ‘도하의 사망과 새로운 WTO의 탄생’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지부진한 협상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WTO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는 DDA에 계속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입장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형태의 실용적 다자주의’를 내세우면서 WTO의 다자무역체제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WTO 출범 20년 가운데 지난 14년간 지속돼 온 DDA는 그동안 그 효율성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으며 부진한 협상에 대한 대안으로 대규모 지역 및 선별 무역협상이 진행돼 왔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최근 일본 등 10여개국과 최근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도 유사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서비스와 환경상품 분야의 글로벌 무역에 대한 분야별 협상도 주도하는 등 사실상 DDA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WTO도 타결 가능한 소규모 무역 패키지 위주 협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리는 협상 능력을 갖고 있으나 어젠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순위 등을 둘러싼 회원국들간의 이견도 여전하다.

미국은 소규모 패키지 협상을 통한 이번 나이로비 회의의 성과를 환영하면서 "새로운 WTO 시대를 알리는 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그동안 DDA 협상방식의 고수를 강력 옹호해온 인도는 일부 회원국들이 DDA를 막고있다며 이는 전원합의제에 의한 결정 방식에 기반을 둔 WTO의 기본원칙으로부터 크게 멀어진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아울러 WTO가 당면한 근본적인 사안들도 미결 상태다. 지난 2001년 DDA가 출범할 당시와 비교하면 중국 경제는 크게 변했으나 아직 개도국으로 간주돼 상당수 의무조항으로부터 면제되고 있다. 미국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이다.

개도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최근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상과 유사하다. WTO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일련의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회원국간 이견이 현격한 DDA 등 기존의 주요 협상체제에 대해서는 시대의 변화 속에 새로운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