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양적완화 보완책 효과 없어…중앙은행 신뢰도 타격

BOJ 양적완화 보완책 효과 없어…중앙은행 신뢰도 타격

입력 2015-12-21 11:19
수정 2015-12-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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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여전히 유효

일본은행(BOJ)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로 매입하는 등 기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조치를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급락했고, 엔화는 강세로 전환됐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는 BOJ의 신뢰도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에피소드라고 평가했고, 같은 날 블룸버그는 아직 있지도 않은 ETF를 BOJ가 사들이겠다고 공언했다고 지적했다.

작년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일본의 물가가 자신의 생애 동안에는 1%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자산매입 규모를 80조 엔으로 확대했음에도 일본의 물가는 지난 8월에 전년대비 0.1% 하락하며 2년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고 나서 9월과 10월까지 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2년 내 물가 목표치 2%를 달성하겠다는 BOJ의 약속은 공염불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BOJ가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일본 기업들은 내년 소비자 물가가 1%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 9월 조사 때의 1.2%보다 낮아졌다.

특히 이번 BOJ의 ETF 매입은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간섭에 대한 우려를 상기시키는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BOJ는 전날 ETF 매입 대상으로 “설비와 인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ETF”라고 명시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를 늘리고, 임금을 올리도록 압박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행보는 정부의 정치적 목표를 촉진하는 데 중앙은행의 ‘총탄’을 사용한 격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한편, 블룸버그는 구로다가 발표한 설비와 인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ETF가 현재 일본에 없다고 지적했다.

니코 에셋 매니지먼트의 코에이 이마이 매니저는 “이런 종류의 ETF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ETF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자본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라며 “BOJ가 우리에게 이러한 ETF를 만들라는 의미인 듯하다”고 말했다.

BOJ 역시 이러한 상품이 현재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해당 ETF가 만들어질 때까지 JPX-닛케이지수 400을 추적하는 ETF를 살 것이라고 밝혔다.

JPX-닛케이지수 400은 작년에 출범한 지수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영업이익을 반영해 선정된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BOJ는 닛케이225주가평균지수와 토픽스지수와 연계된 ETF를 사왔으며, 이러한 ETF는 일본 전체 ETF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오카산 증권의 이토 요시히로 수석 전략가는 중앙은행이 특정 주식에 유리한 ETF를 만들어 시장에 개입할 위험이 있다며 “이는 BOJ가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기보다 개별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시장에 나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J의 조처에 일본 국채금리는 급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8일 2년물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인 -0.055%를 기록했고, 20년물 국채금리는 2월 이후 최저로, 30년물 금리는 4월 이후 최저로, 40년물 국채금리는 4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BOJ가 사들이는 국채의 만기를 최장 10년에서 12년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전직 BOJ 관료였던 노무라 리서치연구소의 이노우에 테츠야 연구원은 “이번 조처는 추가 완화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BOJ가 내년 일본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상환을 고려하면 10조엔 규모의 자산을 추가로 더 사들일 필요가 있다고 추정했다.

BOA-메릴린치 추정에 따르면 내년 40조엔 가량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오카산 증권의 수즈키 마코토 채권 전략가도 “BOJ가 보유한 국채의 만기가 내년 늘어날 예정이어서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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