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년 전 나무에서 땅에 내려와 늘어난 활동시간에 도구 만들어영장류 중 수면시간 가장 짧아도 렘수면 비율은 최고
인간이 다른 영장류보다 월등하게 머리가 좋아지게 된 데는 200만 년 전 초기 현생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지상에서 숙면을 취하게 된 수면 양식의 변화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화생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나무 위 생활을 접은 직립원인(호모에렉투스)이 맹수들을 쫓기 위해 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주변에서 무리지어 안락한 잠을 잠으로써 뇌 발달에 중요한 렘 수면의 이점을 더 짧은 시간에 취할 수 있게 됐고, 그렇게 절약된 잠 대신 늘어난 활동시간에 도구를 만들거나 서로 의사소통을 늘려갔을 것이라는 것이다.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특징(rapid eye movement)을 보이는 것 때문에 렘(REM) 수면이라고 불리는 단계의 수면 상태는 그동안 연구 결과 분자 부스러기를 청소하거나 새로 얻은 기억을 영구 기억으로 처리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진화인류학지’에 실린 데이비드 샘슨 듀크대 선임연구원 등의 논문을 인용, 수백 만년 전 초기 현생인류가 직립보행, 손가락 발달 등 다른 영장류와 확연히 다르게 극적으로 진화할 무렵 수면 양식도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다르게 변했다고 전했다.
현생인류의 잠이 다른 영장류에 비해 “예외적으로 짧고 깊어”졌고, 이것이 정신발달을 낳았다는 것이다.
오랑우탄, 침팬지 등 영장류의 수면 양식에 대해선 최근까지 별로 알려진 게 없었다.
샘슨 박사는 동물원 오랑우탄 우리에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 매일 밤 오랑우탄의 수면상태 신체 움직임을 바탕으로 렘 수면에 빠지고 빠져나오는 것을 추적 관찰했다.
이 관찰 내용과 다른 19종의 영장류에 관한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쥐 여우원숭이는 하루 총 17시간이나 잠을 자는 등 모두 인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길었다. 인간은 하루 7시간 정도여서 “지구상 어떤 영장류보다 적다”고 샘슨 박사는 지적했다.
영장류의 잠자는 시간은 대체로 신체 크기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간만은 예외여서 몸 크기에 해당하는 수면 시간보다 월등히 짧게 잔다.
이 가운데 렘 수면 시간은 인간의 경우 총 수면시간의 22%를 차지, 모든 영장류 가운데 비율이 가장 높다.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같은 원숭이들은 잠자는 시간이 인간보다 길지만, 바람 소리, 나무 뱀 소리, 옆자리 원숭이의 뒤척임 등에도 눈을 뜰 정도로 선잠 상태여서 쉽게 깊은 잠에 빠져드는 인간 수면과 질이 다르다.
샘슨 박사는 다른 영장류 동물학자와 공동연구에서 발포성 고무 같은 푹신한 재료로 만든 잠자리에서 잔 오랑우탄이 이튿날 인지력 시험에서 짚 위에서 잔 오랑우탄보다 나은 점수를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뭇가지가 지탱하기엔 몸이 너무 커져 지상으로 내려온 침팬지, 보노보 등 원숭이들은 매일 밤 잔가지나 다른 재료들을 모아 잠자리를 만든다.
이들 원숭이나 아직 나무 위에서 자는 작은 종류의 원숭이들 모두 잠자리 재료나 잠잘 나무 선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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