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피부 더 검어 보이게”…美공화당의 교묘한 선거캠페인

“오바마 피부 더 검어 보이게”…美공화당의 교묘한 선거캠페인

입력 2015-12-30 16:22
수정 2015-12-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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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처음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2008년 반대당인 공화당은 오바마의 피부 색깔을 실제보다 더 검게 조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솔로몬 메싱 등은 2008년 대선에 사용된 광고 126개에 나온 오바마와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 피부의 색이 짙은 정도를 측정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상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광고에서는 상대 후보의 모습을 어둡게 하거나 흐릿하게 만드는 효과를 줬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매케인 측이 오바마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광고에서는 거의 항상 오바마의 피부가 매우 어둡게 나온 점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검은 정도를 4단계로 분류했을 때 오바마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광고에서 오바마의 피부색이 가장 높은 단계에 속한 비율은 86%나 됐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매케인 측 광고에 등장한 오바마의 피부는 더욱 검게 변했다.

이는 흑인의 피부가 검을수록 인종적 편견이 심해지는 경향을 노린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더욱이 실제보다 검게 나온 오바마의 사진은 이를 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피부를 어둡게 조작한 사진과 밝은 사진을 각기 다른 집단에 보여주고 낱말 빈칸을 채우도록 했다.

알파벳 ‘CR’로 시작하는 철자 5개짜리 단어의 나머지 세 칸을 채우게 하는 식인데 흑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은 ‘범죄’(CRIME)같은 단어를 연상하리라는 추론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 결과 밝은 피부의 오바마 사진을 본 사람 중에선 33% 만이 ‘범죄’ 등 흑인에 대한 편견을 반영한 단어를 만들었다.

어두운 피부의 사진을 본 사람들을 상대로 했을 땐 이 비율이 45%로 상승했다.

WP는 공화당이 인종적 편견과 위계를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이를 지지한다고 암시함으로써 표를 얻으려 한다는 비판의 논지를 강화하는 연구 결과라고 해석했다.

공화당이 ‘개-호루라기 정치’를 한다는 것인데, 인간보다 청력이 뛰어난 개만이 개호루라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편견을 가진 유권자만이 정치인의 언사에 담긴 인종차별적 함의를 포착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를 검게 만드는 것이 의도적인 전략이었는지에 대해 매케인 측은 답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이 연구는 ‘피부 속의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계간지 ‘퍼블릭 오피니언’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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