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바이러스’ 확산일로…유럽서도 감염 환자 잇따라

‘소두증 바이러스’ 확산일로…유럽서도 감염 환자 잇따라

입력 2016-01-27 09:43
수정 2016-01-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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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다녀온 이탈리아인 등 발병 확인브라질·미국 백신 공동 개발 나서

신생아에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전세계의 공포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는 26일(현지시간) 지카 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약 19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이날 이탈리아에서도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4건 접수되는 등 유럽에서도 중남미 여행객들 가운데 감염 환자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도 임신부 등에게 발생 지역 여행 자제를 당부하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의 기본 정보와 최신 확산 상황을 세계보건기구(WHO)와 외신 등을 토대로 알아본다.

◇ 지카 바이러스는 무엇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플라비바이러스‘ 계열의 바이러스로, 1947년 우간다의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후 발견된 숲 이름을 따 명명됐다.

이집트숲모기를 비롯해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숲모기에 물리면 사람에게도 감염된다.

1952년 우간다에서 처음으로 사람 감염이 확인된 후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열대지방을 중심으로 소수 발병이 확인되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중남미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람간 전파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타히티의 한 남성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있고, 성관계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도 있어 사람간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리면 수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발진, 근육통, 두통, 눈 충혈 등의 경미한 증상이 2∼7일간 나타난다.

그나마 감염 환자의 80%는 증상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희소 면역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성이 있다는 가설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바이러스가 전이돼 태아의 두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기형인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소두증 바이러스'로도 불린다.

소두증 태아는 임신 중이나 출생 직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생존하더라도 정신지체나 뇌성마비, 시각·청각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 전세계 발병 현황은

현재까지 지카 바이러스 발병은 중남미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많은 감염 사례가 나온 것을 비롯해 멕시코,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등 중남미 20여 개국에서 최근 환자가 나왔다.

중남미 외에는 태평양 섬 사모아와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 아시아의 태국에서도 감염이 확인됐다.

미국 본토와 유럽 등지에서도 환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해당 지역내 감염이 아니라 다른 발병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이 본국에 돌아와 발병한 해외 유입 사례다.

미국 10여 건을 비롯해 이탈리아 4건, 스페인 2건, 영국 3건 등이 보고됐다.

중남미와 인접한 미국의 경우 해외 유입이 아니라 곧 본토 내에서 발생하는 사례도 생길 것으로 WHO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뎅기열, 치쿤구니아 등이 미국내에서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부 발병하더라도 확산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 각국 대응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직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나라들은 대부분 임신부에게 발병 지역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미국 CDC는 이날 임신부 여행 자제 국가에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와 도미니카 공화국을 추가했다.

CDC는 또 미국소아과학회와 공동으로 이미 임신 중 발병국에 다녀온 적이 있는 임신부와 태아에 대한 검사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이날 의료 관계자들에게 배포했다.

WHO가 앞으로 캐나다, 칠레를 제외한 미주 전역에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임신부 여행 자제 지역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미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 국가에서는 모기 퇴치 등을 통해 확산 속도 늦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콜롬비아와 자메이카 등 일부 발병국들은 가임기 여성들에게 바이러스 유행이 잠잠해질 때까지 임신을 늦추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 백신이나 치료약은 없나

지금까지 지카 바이러스의 사람 감염 사례가 많지 않았던 탓에 백신이나 치료약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뎅기열과 웨스트나일, 치쿤구니아 등 지카 바이러스와 유사한 모기 매개 감염병 등의 백신이 최근 개발 완료됐거나 개발 중이어서 지카 바이러스 백신도 비슷한 양상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노피 등 대형 제약사들도 백신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브라질과 미국 정부가 백신 개발에 공동으로 나서기도 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26일 양국 정부가 이번 주 만나 백신 개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브라질은 앞서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에 백신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동물시험과 임상시험 등을 거치면 아무리 짧아도 3∼5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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