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절반 이상 “미국내 무슬림, 반미감정 갖고 있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임기 중 처음으로 미국 내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방문해 “무슬림에 대한 미국인들의 편견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후 줄곧 무슬림이란 의혹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자국 무슬림 사회의 거듭된 모스크 방문 요청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증’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면서 적극적인 포용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FPBBNews=News1
오바마 대통령은 또 “최근 우리는 무슬림계 미국인을 겨냥한 용서할 수 없는 정치적 언사들을 듣고 있다. 이 같은 언사들은 이 나라에서 설 땅이 없다”며 공화당 유력 경선 주자들의 잇따른 반무슬림 발언을 겨냥했다. 앞서 부동산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파리 테러 직후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당내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한 술 더 떠 “기독교도에게만 (입국) 자격을 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최근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13세 무슬림 소녀가 공포감을 호소하는 편지를 자신에게 보낸 사실도 거론했다. “최근 미국에서 조장되고 있는 이슬람 혐오증으로 인해 어린 무슬림들이 미국에서 추방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이 아이는 내 딸과 같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임기 내내 표방해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정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해외 순방 때를 제외하고는 자국에서 모스크 방문을 회피해온 그가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에 모스크 방문을 결정한 배경이다.
한편 같은날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절반 가까운 미국인들이 자국 무슬림의 반미감정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의 ‘일부’(24%)나 ‘절반’(14%), ‘거의 모두’(11%)가 반미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49%에 이르렀다. ‘거의 없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반면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테러에 대해선 ‘극단주의자들이 종교를 이용한다’는 응답(68%)이 ‘일부 종교가 폭력을 조장한다’(22%)는 답변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무슬림에 대한 태도도 엇갈렸다. 공화당원의 65%는 ‘차기 대통령의 반무슬림 발언에 개의치 않는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원의 70%는 ‘무슬림 비판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재 미국의 종교 분포는 개신교와 가톨릭, 몰몬교 등 기독교가 80%에 이르는 반면 이슬람은 0.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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