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선두 3인 크루즈-트럼프-루비오 3자 경쟁체제로 재편공화당 주류진영 노골적인 ‘루비오 밀기’ 속 내부 경선판 요동
미국 대선 경선 첫 관문 아이오와 주(州) 코커스(당원대회)를 거치면서 후보가 난립했던 공화당 경선판이 급속도로 정리되고 있다.군소 후보들의 경선 포기가 잇따르는데다가, 경선 분위기는 이미 아이오와에서 1∼3위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간의 3자 구도로 완전히 재편된 분위기다.
공화당 군소 후보 중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나온 직후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도 3일 경선 중단을 공식으로 선언했다.
폴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그동안 원칙에 입각한 경선 캠페인을 벌여온 것은 큰 영광이었다”면서 “오늘 나는 내가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멈추겠다. 앞으로 자유의 가치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주자 가운데 비교적 중도 쪽에 가까운 폴 의원은 아이오와에서 4.5%를 얻어 5위에 그쳤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앞서 아이오와 코커스 당일 득표율이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자 곧바로 경선판에서 하차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공식으로 선거운동을 중단할 때가 됐다”면서 “분명히 유권자들이 나를 지겨워하는 것 같으며, 그 점을 인정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중도 탈락으로 한때 17명에 달했던 공화당 경선 주자는 10명으로 줄었다.
두 사람 이외에 5% 미만의 저조한 성적을 거둔 다른 군소후보들도 앞으로 경선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 명문 ‘부시가’(家) 출신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2.8%로, 6위에 머물렀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9.3%의 득표율로 4위에 올랐으나 그가 최근 초기 경선지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하면 경선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힌 상태라 향배가 주목된다.
카슨은 아이오와와 더불어 양대 ‘대선풍향계’로 통하는 뉴햄프셔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실질적으로 향후 거취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로 이 두 지역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한 주자가 각 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받은 사례가 없다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군소 주자들의 포기와 함께 경선 구도가 사실상 크루즈 의원, 트럼프, 루비오 의원 간 3자 구도로 정리된 가운데 당 주류 진영이 노골적으로 ‘루비오 밀기’에 나서 내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더욱이 루비오 의원에 대한 지지세를 모으고자 주류 진영 내 다른 군소 주자들에게 사퇴까지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측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극단적 성향의 크루즈 의원이나 막말과 기행, 심지어 인종·여성차별 발언까지 일삼는 트럼프가 본선에 나설 경우 민주당에 100%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오는 9일 치러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는 크루즈 의원과 트럼프는 물론이고 루비오 의원에게도 전략적으로 더욱더 중요한 무대가 됐다.
크루즈 의원은 연승을 거둬 초반 대세를 확실하게 굳혀야 하는 상황이고, 트럼프는 아이오와의 패배를 한 방에 설욕하면서 자신의 대세론을 재점화해야 하는 절박한 형국이다. 루비오 의원은 2위로 한 단계 오르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 절실하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뉴햄프셔에서 트럼프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매사추세츠대학-로웰/7뉴스의 뉴햄프셔 여론조사(1월31∼2월2일, 공화 유권자 502명)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가 38%의 지지율로 1위를 고수했다. 이어 크루즈 의원이 14%, 루비오 의원이 12%를 각각 얻었다.
이 여론조사대로 뉴햄프셔의 결과가 트럼프-크루즈-루비오 순서가 될지 아니면 뒤바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뉴햄프셔를 거치면서 공화당 경선판은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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