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갈라놓은 인연, 71년 만에 이어져…2차 대전의 연인들

전쟁이 갈라놓은 인연, 71년 만에 이어져…2차 대전의 연인들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2-11 15:19
수정 2016-02-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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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랑에 빠졌던 연인들이 71년 만에 대서양을 건너 재회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인 남성 노우드 토머스(93)와 영국 여성 조이스 모리스(88)가 질긴 인연의 끈을 놓지 않게 된 사연을 전했다. 지난해 화상 채팅을 통해 영화처럼 극적으로 조우했던 두 노인은 이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누리꾼들의 모금운동과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직접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2차 대전에 미군으로 참전했던 토머스는 1944년 런던 템스강에서 우연히 현지 여성인 모리스를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독일군의 공습도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지 못했다.

 하지만 토머스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됐고 종전 직후 유럽 본토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귀국하게 됐다. 미국으로 돌아온 토머스는 모리스에게 “나의 집에서 가정을 꾸리자”는 청혼 편지를 보냈지만, 사소한 오해가 두 사람의 운명을 엇갈리게 했다. 모리스는 토머스가 자신을 위해 가정을 버리고 이혼하려 한다고 오해했고 청혼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후 둘은 각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키웠다. 모리스는 남편과 함께 호주 애들레이드로 이주했다가 30년 만에 이혼했고 토머스는 10여 년 전 사별했다.

 하지만 운명의 끈은 질겼다. 지난해 모리스는 아들에게 인터넷으로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 물었고 아들은 토머스가 88세 생일에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해 지역 언론에 등장한 것을 알아 냈다. 모리스의 아들은 토머스 아들과 연락하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옛 연인들은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화상 채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사연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선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이 벌어졌다. 또 뉴질랜드항공은 토머스는 물론이고 아들 스티브,간병인까지 1등석으로 여행할 수 있는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했다.

토머스는 미국에서 출국하기 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18살이었던 연인을 “작고 예뻤다”고 떠올리면서 “집에 앉아 ‘만약에 그랬더라면 어땠을까?’라고 궁금해하며 살아 가는 것보다 호주로 가다가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호주에서 극적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벌어졌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밸런타인데이를 포함해 최소 2주간 함께 지낼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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