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지카바이러스 창궐로 해묵은 ‘낙태 논쟁’ 가열

남미, 지카바이러스 창궐로 해묵은 ‘낙태 논쟁’ 가열

입력 2016-02-15 15:53
수정 2016-02-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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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낙태 허용해야”…가톨릭 교회 “해결책 아냐”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창궐이 남미 가톨릭 교회와 종교단체 간 ‘낙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낙태 논쟁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멕시코 방문에 맞춰 가톨릭 종교단체가 낙태금지 해제를 촉구하고 가톨릭 주교회가 낙태금지 엄수를 재확인하면서 가열되는 양상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낙태 논쟁의 발단은 가톨릭 단체 ‘가톨릭스 포 초이스’(Catholics for Choice)가 지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교황이 낙태금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낙태 합법화를 찬성하는 이 단체 회장인 존 오브라이언은 지난 10일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지카바이러스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교황이 낙태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카 바이러스로 전 세계의 공중보건 위기가 악화하는 것은 교황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여성들을 도와 교황이 강조하는 말(자비와 연민)을 실천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이 단체는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와 엘살바도르 일간지에 광고를 통해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의 양심을 따르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산아제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에 남미 가톨릭 교계에서는 “인위적인 피임이나 낙태는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재천명하면서 지카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금욕이나 자연스러운 피임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전미주교위원회 리어나도 울리치 스타이너 사무총장은 14일 “피임은 (지카 바이러스 퇴치의)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가톨릭 교회의 낙태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순결을 지키거나 여성의 배란 시 금욕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임신과 동시에 생명이 시작되는 것으로 낙태는 살인 행위라고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콘돔 사용을 비롯한 인위적인 산하 제한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대부분의 중남미 지역은 가톨릭 국가들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지난 5일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해당국들이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과 정책을 바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인 브라질의 보건장관은 9일 “브라질 법은 소두증 태아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며 “정부는 법을 따를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 “바이러스가 확산한 지역에서 대부분 여성들이 병(소두증)에 걸리지 않은 아기를 출산하고 있다”며 여행 주의까지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지역 임신부들에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몸을 잘 감싸고 콘돔을 사용해 안전한 성생활을 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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